-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145 대 145, 2표 부족
- 김이수 헌재소장 부결 사상초유의 사태... 청와대 격앙된 분위기
-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던 문재인 대통령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
환호하는 한국당 1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뒷줄 왼쪽)는 동료 의원들을 껴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청와대가 충격에 빠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4)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것은 1988년 헌재가 설립된 후 처음이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표결했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2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223일간의 장기간 공석이었던 헌재소장 공백 메우기가 무산 되면서 협치를 외쳤던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날 부결에는 캐스팅보터를 손에 쥔 국민의당에서 예상보다 적은 찬성표가 나온 것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는 통과 낙관했었다. 또한 한국당 의원들도 예상보다 많은 수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한국당 의원 중 약 80~100명 정도 표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여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 동의안 통과를 낙관적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의 가늠자 격인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서 야당들이 여소야대 위력을 실감하는 현장이었다. 이로서 문재인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개혁입법 처리에도 비상등이 켜지는 등 정국이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있다. 청와대는 경앙된 분위기다. 왜~~?
이날 부결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여당은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당 의원 39명 중 24명 안팎이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 취임 뒤 국민의당 내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하는 기류와 함께 서서히 정치에 녹아드는 안 대표의 리더쉽이 부쩍 강해진 것이 표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여당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부결된 또 하나의 원인은 군 동성애 처벌에 반대한 김 후보자를 향한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상당한 표심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자 인준을 신호탄으로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던 문재인 대통령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무책임의 극치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헌재는 소장 공백 상태에서 불안정한 ‘8인 재판관 체제’를 지속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가 의원들이 만류해 거둬들였다. 추미애 대표는 트위터에 “탄핵 불복이자 정권교체 불인정”이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에 대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야당과 협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만 보고 국정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의회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기 어렵다는 게 이번 표결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앞으로는 국회의 시간이다. 협치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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