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성경은 세상의 가치관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가는 사람을 일컬어 ‘남은 자’(remnant)라고 표현한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금요기도회에서는 이 시대의 남은 자(롬 11:5)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램넌트 청년국’ 성도들이 탈북민 목회자들에게 3개월 동안 모은 사랑을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청년들은 탈북민 목회자를 위해 ‘램넌트 플로잉’이란 이름으로 총 1억525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금액의 규모를 떠나 ‘경기침체로 인한 금융위기’ ‘취업난과 주거 불안’ 등 청년들이 맞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청년국장 주성하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북민 교회를 섬기는 한 선교단체를 통해 탈북민 목회자들의 현실을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목회자의 경우 교회 10곳 중 4곳(41%)이 사례비가 책정돼 있지도 않았고 평균 사례비는 53만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29일 결정된 내년도 최저 시급(9620원)에 비춰보면 최저임금(209시간 기준 201만580원)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아이디어를 모아 지난 4월 ‘사각지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랑의 하나님이 각별히 지명하신 그곳에 그대의 마음을 전합니다’의 약자다. 온라인마켓 홈페이지를 구축해 장터를 마련하고, 지난달에는 오프라인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었다. 장터엔 빵과 음료는 물론 화장품 향초 천연비누 수세미 팔찌 등 프로젝트에 공감한 성도들이 기부한 물품이 채워졌다.
청년국 성도들이 지난 1일 열린 금요기도회 시간에 김권능(왼쪽 두 번째) 목사에게 탈북민 목회자 돕기 후원금을 전달하는 모습. 오륜교회 제공
그렇게 모아진 사랑으로 청년들은 국내 64개 교회의 탈북민 목회자를 도울 수 있게 됐다. 주 목사는 “당초 신청을 받아 일부 탈북민 교회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목표액을 훨씬 웃돌 만큼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모여, 신청한 교회의 탈북민 목회자는 물론 탈북민 신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김권능(북한기독교총연합회장) 목사는 “아무리 세상이 악해지고 팍팍해진다고 해도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고 사랑을 담아 행동하는 청년들이 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탈북민 목회자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3만4000여명의 탈북민에게도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램넌트 플로잉’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청년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며 사랑을 흘려보냈다. 2020년 3월엔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대구·경북 지역교회의 임대료(2066만9300원)를 지원했고 같은 해 7월엔 선교사 가정과 국내 이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6583만1325원을 모았다.
김보라(39)씨는 “어떤 특별한 결단이나 다짐이 있어야 ‘남은 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가지 조건이라면 ‘신앙 공동체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크리스천 청년들이 공동체 안에서 교제를 나누고 은혜를 받고 가진 것을 나누는 영적 선순환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목사는 “램넌트 청년국의 공동체 고백 중엔 ‘통일한국 시대를 준비하며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남은 자’가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가슴으로 안아주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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