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연광규(42) 전도사는 한국교회에서 사역한 지 5년째를 맞았다. 2020년 부임한 서울 도봉구 도성교회(김혜수 목사)에서 그가 맡은 부서는 소년부다. 탈북민 사역자들이 바로 개척에 뛰어들거나 통일 관련 부서를 주로 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례다.
연 전도사는 23일 “깨끗한 물에 떨어진 색소 한 방울이 그 물 전체를 변화시키듯이 한국교회에 평화통일에 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심겠다는 마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사역했던 교회에서도 중고등부와 청년부를 담당했다. 사역 전에는 교회학교 교사로도 섬겼다. 감리교와 장로교를 섭렵하며 한국교회 시스템을 익히고 선배 목회자들의 신앙을 배웠다.
“한국교회에서의 경험은 북한에 어떤 교회를 세워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는 통일 후 제가 북한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 남한 목회자나 성도들과 협력하는 데도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하교회에서 사역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신앙을 지킨 그의 경험은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혜수 도성교회 목사는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연 전도사의 강한 신앙고백이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본이 되고 도전이 된다”며 “말투만 조금 다를 뿐이지 다른 사역자와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몇 배의 노력이 더 들겠지만 탈북 사역자들도 그처럼 꾸준히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교회에서 적확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부터 서울 서초구 성민교회(한홍신 목사)에서 통일선교부를 섬기고 있는 김광호 전도사도 어려움을 딛고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체사상만 배웠던 그가 신학을 공부하고 남한의 조직문화 속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도들도 그를 가르치는 사역자가 아니라 도와야 할 대상으로 봤다.
“처음 부임했을 땐 성도들이 ‘전도사님, 저희가 잘 섬겨드릴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시선을 넘어서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했죠. 참고 기다리는 것, 내 의견만 주장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마음을 하나로 맞춰가며 서로 사랑하는 것도 다 교회에서 배웠어요. 지금은 성도들이 누구보다 든든한 저의 응원군이 됐습니다.”
한홍신 성민교회 목사는 그가 부임하자마자 먼저 교회학교 부서를 담당하게 했고, 남한 사역자들과 한 사무실을 쓰며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거기에 김 전도사의 헌신이 더해져 성민교회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교회 안에 찾아온 남북통일’을 이뤘다.
김 전도사는 연말에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도록 허브 역할을 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다. “탈북 신대원 후배들이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미리 준비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회가 그들을 품어줄 수 있는 담대함을 조금만 더 보여준다면 남북이 하나되는 날이 빨리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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