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반토막 나고 가세가 기울고 있는 영국성공회가 교세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영국 교회가 향후 10년 동안 수조 원을 투입해 ‘교회 살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청년·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시골교회와 목회자 등을 지원하면서 교세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1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성공회는 1차로 영국 전역에 있는 1만2,500교구에 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12억 파운드(한화 약 1조9,000억)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투입한 금액(9억3,000만 파운드)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이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 간 24억 파운드(약 3조8,0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한다.
이렇게 해서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 동안 총 36억 파운드(약 5조7,000억 원)가 수혈된다. 이를 위해 조성되는 기금은 주로 교인들의 헌금(또는 기부금)으로 마련되며, 전체 기금의 약 20%는 영국성공회의 재산관리 기관인 교회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성공회의 교회살리기 방식은 ‘섬김 사역’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푸드뱅크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취약 계층의 기초생활을 돕는 한편, 인종차별을 해소하고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교회 프로그램에도 기금이 사용된다. 농촌을 비롯한 빈곤 지역 교회와 성직자들도 지원한다.
영국성공회의 경우, 교구와 교회의 3분의 2가 농촌 지역에 기반하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이같은 지원을 통해 어린이와 젊은 층 신자를 2배 더 늘리는 한편 젊고 다양한 교회도 여러 지역에 설립해 나갈 계획이다.
영국성공회 교세를 회복하기 위한 기금투자방안을 발표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왼쪽)와 스테판 코트렐 요크 대주교. 영국성공회 제공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그동안 우리는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에 사역의 우선 순위를 두었다”며 “그 결과 농촌 교회는 자금이 부족해 문을 닫고 성직자는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면서 농촌 교회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 영국성공회 주교는 영국 매체인 프리프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기금운용계획은) 지역 교구와 성도들의 선교를 지원하며, 성직자들의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어린이 신자 수를 지금의 배로 늘리는 목표를 지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국성공회의 교세 약화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인구 감소를 비롯해 무신론 및 타종교인구의 증가 등으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영국성공회의 교세 통계자료에 따르면 주일예배 평균 참석자 수는 1968년 160만 명에서 2012년 80만 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33만명으로 더 줄었고, 팬데믹 한복판이었던 2020년에는 약 14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적게는 130여개, 많게는 360여개의 교회가 철거될 위험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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