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신앙의 갈등과 고민이 많아 한동안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탄 택시에서 지계환 전도사님을 뵙고 용기를 내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됐어요.”
“엄마의 신앙을 위해 늘 기도했었는데 때마침 전도사님이 운행하는 택시에 엄마가 타게 됐죠. 2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전도사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다시 확신하게 됐어요.”
1년 전 서울에서 한 택시를 이용한 모녀가 들려준 탑승기다. 채경희(58)씨는 딸 이수민(28)씨와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에서 택시를 탔다.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회장 최도환) 소속 지계환(74·사진) 전도사가 운행하는 택시였다.
지 전도사의 택시를 탄 지 1년이 넘었지만 엄마와 딸은 여전히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나님께 자신들을 인도해준 지 전도사에 대한 감사함과 믿음의 확신 때문이었다. 그의 복음 전파로 엄마와 딸은 신앙에 대한 마음을 되잡게 됐다고 했다. 모녀는 지 전도사 택시를 탄 바로 그 주부터 그가 다니고 있는 서울 성북구 한마음교회에 출석했다.
채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지 전도사가 보여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쁨과 열정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예수님 믿는 것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고 지 전도사는 강조했다”며 “내 주변에 하나님을 믿는 분들 중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 전도사는 삶이 기쁨으로 가득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가곤 했지만 내 안에 하나님이 존재하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아 그런 마음으로는 교회든 성당이든 갈 수 없어 아무 곳도 다니지 않고 있었다”면서 “지 전도사님을 뵙고 용기를 내 교회에 나가게 돼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씨 역시 지 전도사를 만나고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7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 전도사가 크리스천으로서 보여준 기쁨과 열정이 느껴졌고 모든 것이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의 응답인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엄마가 신앙적으로 고민이 있으면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불편하지 않다. 이 모든 게 지 전도사님이 보여준 믿음의 기쁨과 열정 때문인 것 같다”며 “지 전도사님이 여전히 연락해주시고 기도해주신다고 해 감사하다”며 간증했다.
“웰컴 투 마이 처치, 미스터 신”
4월 마지막 주 수요일 한마음교회 앞 택시에서 만난 지 전도사는 기자에게 영어로 첫인사를 건넸다. 그는 외국인 승객에게도 복음을 전파하고 싶어 영어 공부를 했다며 자신감에 차 말했다.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에서 활동 중인 지 전도사는 1978년 택시 운전을 시작해 45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는 1981년 12월 설립된 연합회의 원년 멤버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1981년부터 1987년까지 대한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987년 전도사가 된 후부터는 운행을 하며 승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연합회 설립 전부터 예수님을 믿는 택시 기사들이 산속으로 기도회를 다니며 기도모임을 갖곤 했어요. 그러다 택시 안에서 승객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자는 뜻이 모여 기사 8000여명이 연합회를 설립하게 됐지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복음의 증인이 되자’를 표어로 41년 전 창립된 연합회는 2021년 말 기준 57개 지역선교회와 20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지 전도사가 밝힌 택시 승객 전도 비법은 특별하지 않다. 그가 전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탑승한 승객에게 완벽한 친절을 베풀어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다. 지 전도사는 “택시를 깨끗하게 잘 관리하고 탑승한 승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맡은 일에서 늘 모범을 보이는 게 바로 전도”라고 말했다.
그가 운행하는 택시는 2015년식 은색 구형 소나타였지만 어제 손 세차라도 한 듯 택시 외관은 번쩍였고 택시 내부 발판에는 흙먼지 하나 없었다. 택시 내부엔 은은한 아로마향이 풍겼고 그는 빳빳하게 다려진 모범운전자 정복을 입고 있었다. 지 전도사는 승객에게 무작정 하나님 얘기부터 하는 게 아니라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승객의 기분을 살핀다. 그의 친절에 긍정적인 손님들이 “아저씨 왜 이렇게 친절하냐”고 물으면 그때 지 전도사는 “세상을 즐겁게 남다르게 살려고 한다. 바로 예수님 덕분”이라면서 얘기를 이어 나간다.
연합회 회원들의 복음 전파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지 전도사는 ‘무빙처치’ 사역의 한 방법으로 요금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 전도사는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은 무료. 외국인 관광객은 기본요금 무료, 일반 승객의 경우 1만2000~1만3000원 택시 요금이 나오면 1만원만 받는 경우도 있다”며 “경제적으로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자신이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베푼 친절을 좋게 봐주는 손님이 많아 그때 훨씬 많은 팁을 받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택시 내에서 복음 전도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승객을 전도하다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한 남성 승객과 예수님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얘기에 거부감을 느낀 남성이 다짜고짜 지 전도사의 어깨를 때리고 팔 아래를 잡아 운전을 못 하게 했다. 가까스로 교통사고는 막았지만 승객은 분을 못 이겨 대로 한가운데에서 하차해 가버렸다. 지 전도사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며 하루에 50개씩 팔굽혀펴기를 하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며 “체력 관리 또한 예수 복음을 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자신의 전완근을 보여줬다.
연합회, 6월 정기총회 열어 활동 재개 논의
2014년 9월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 선교대회 개회식에서 부산선교회 회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 제공
코로나19로 최근 2년간 연합회는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택시 내에서 승객과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자 대신 성경 말씀이 적힌 볼펜과 성경말씀 카드를 승객에게 전하며 전도하고 있다. 매년 진행하던 봉사활동과 단합대회는 3년째 중단됐다. 다행히 정규 예배는 지속돼 소규모이지만 연합회 지역선교회장 10여명이 서울 성북구 연합회 사무실에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 전도사는 “코로나 때문에 차량 내부는 하루에 두 번씩 소독했고 승객에게 말씀카드와 서울지역선교회에서 제작한 볼펜을 나눠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지역 선교회에서 교회들과 협력해 장애인 나들이 지원, 외국인 신학생 관광 지원, 장애인 차량봉사 등을 꾸준히 시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모든 것이 중단돼 2년째 교회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이웃 섬김에 동참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충북 청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지난해부터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최도환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장은 “코로나로 중단된 연합회 활동을 재개하는 문제를 다음 달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 전도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기자에게도 친절함과 기쁨을 선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기자님을 위해서도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1년 전 채씨와 이씨에게 신앙생활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전파한 것처럼 자신을 만난 기자에게도 꼭 복음이 전달돼 예수 믿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목적지가 어디냐며 무료로 태워주겠다고도 했다.
한국운전기사선교연합회는 십자가의 군병처럼 ‘달리는 교회’가 돼 그렇게 오늘도 전국을 누비며 예수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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