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던 성지를 향한 순례의 길이 조심스레 열리고 있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성지순례를 재개하기로 하고 재정비하면서 성서 지리 교육과 순례 일정을 확정하고 있다.
하지만 2년여간 성지순례가 중단되면서 현지의 환경이 변하는 등 보이지 않은 어려움이 닥쳐올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중동 등 이스라엘만 해도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순례객이 이용하던 호텔과 식당, 차량 등 모든 인프라 가동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거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에 따르면 교회는 다음 달 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이 교회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성지를 찾는 첫 단체 순례팀으로 꼽힌다. 34명의 교인은 13일 동안 이스라엘 전역의 성지를 돌아본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는 입국 시 코로나 음성만 확인되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돼 단체팀이 찾기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순례팀을 인솔하는 박요한 연동교회 부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성지순례를 위해 훈련받던 팀이 코로나로 발이 묶였다가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서둘러 일정을 잡았다”며 “성지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큰 교인들이 매주 성서 지리를 공부하며 훈련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침례신학대 신학대학원 동문과 가족 등 30여명도 7월 5일 이스라엘로 출국한다. 이들은 갈멜산과 헤르몬산을 비롯해 베드로수위권교회 오병이어교회 예수탄생교회 등을 둘러본 뒤 요르단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최태규 김제제자교회 목사는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데다 나라별로 방역 정책이 달라 변수가 많지만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순례를 떠나는 김이태 대전예수마음교회 전도사도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성지를 찾게 돼 여러 기대와 우려가 있다”며 “다만 아직은 순례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아 비교적 여유롭게 성지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나 요르단의 현지 사정이 녹록지 않아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지 전문가인 이강근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장은 “성지순례의 문은 열렸지만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호텔 가동률은 20% 수준이고 문을 닫은 식당도 많아 일정을 짜는 게 까다롭다. 예산도 전과 비교해 다소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심지어 5월에 입국하는 순례팀 일정을 짜면서 네게브 사막 근처의 한 호텔을 예약했는데 갑자기 우크라이나 난민 숙소로 지정되면서 급히 취소된 일도 있었다”며 “여러 변수가 있어 7월은 지나야 성지의 사정도 나아져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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