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25일 오후 6시 40분.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2층 예배당 입구엔 입장 시간을 20분 앞두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기다란 ‘인간 띠’가 만들어졌다. 줄지어 선 청년들 사이에선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을 찾은 10대 청소년을 보는 듯 감출 수 없는 설렘과 흥분이 전해졌다. 집회 현장 맨 앞줄에 앉아 묵상하던 유소형(23·오륜교회)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던 현장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며 “5일 동안 ‘찐하게’ 하나님과 교제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청년들의 신앙과 삶에 지향점을 제시하고 응원해 온 ‘청년다니엘기도회’와 ‘갓플렉스 시즌3’가 이날 서울 오륜교회에서 5일간의 영적 축제를 시작했다. 행사는 지난 18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 해제’ 이후 열린 첫 번째 초교파 크리스천 청년 집회로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최됐다.
같은 시간 인천 남동구 하나비전교회(김종복 목사)에도 청년 성도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채웠다. 온라인으로 이번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모인 청년들이다. 이진수(32)씨는 “온라인 참석이지만 예배당에 울려 퍼지는 찬양 소리가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리는 건 마찬가지”라면서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을 주일처럼 은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오후 8시. 본격적인 집회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찬양이 시작되자 2100여석을 가득 메운 청년들이 일제히 자리에 일어섰다. 번쩍 들어 올린 두 팔과 예배당을 가득 채운 찬양 소리,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박수 등의 모습은 얼굴을 가린 마스크 하나를 제외하곤 코로나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MZ세대 크리스천들을 위한 첫 번째 메신저로 나선 이상준(온누리교회 양재·사진) 목사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안구통 비염 급성기관지염 슬개골연골연화증 등을 앓으며 잔병치레가 많았던 유년 시절을 회고하며 “건강도 머리도 성격도 다 안 좋았던 ‘트리플 우울 인생’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중학생 때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성경 묵상 대신 한강물 앞에서 죽음을 묵상했다”고 털어놨다.
이 목사는 “세상은 우리에게 만능인이 되라고 부추기지만, 정작 능력이 고갈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버린다”며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할 때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필요를 공급하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은 세상의 강하고 지혜롭고 유능한 자가 아닌, 약하고 무지하고 무능한 자를 택해 쓰시는 ‘반전의 하나님’”이라면서 “이를 통해 주님은 사람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을 세상에 보이신다”고 덧붙였다.
집회의 사회는 박창현(예수전도단 한국대학사역) 간사가 맡았다. 5일간의 집회는 각 지역 교회의 청년부 목회자와 캠퍼스 선교단체 사역자들이 나와 사회와 기도회 인도, 찬양 등 주요 순서를 맡는다. 주성하(다니엘기도회 운영팀장) 목사는 “어느 한 교회나 공동체가 이끌어가는 집회가 아니라 전국 모든 교회가 청년의 영성을 함께 나누고 시대를 이끌어 갈 크리스천으로서의 지향점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집회의 본질이자 앞으로도 지켜 갈 DNA”라고 말했다.
집회는 전국 2684개 교회 청년부가 각자 처소에서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제주도에서는 지역 내 청년들의 연합과 부흥을 위해 청년부 사역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삼다청’ 회원 교회 중심으로 예배당을 열었다. 문경욱 제주누리교회 목사는 “제주도엔 청년부 없는 교회가 대부분이고, 있어도 청년 성도 한두명뿐인 경우가 많아 함께 신앙을 공유하고 소통할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집회를 통해 제주 청년들의 마음을 울리는 시간이 주어져 반갑다”고 전했다.
하나비전교회 청년부 담당 김지영 목사는 “코로나로 크게 위축됐던 사역 현장에 회복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부활절이 전환점이 돼줬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 집회가 좋은 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29일까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유튜브 ‘청년다니엘기도회’와 ‘미션라이프’ 채널에서 실시간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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