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가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연회 소속 모든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매달 생활비 7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열악한 목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목회자에게 일종의 기본 소득을 제공해 공교회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기감의 다른 연회는 물론이고 한국교회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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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기감에 따르면 서울남연회는 21~22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열리는 연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 여부를 논의한다. 서울남연회가 구상 중인 관련 건의안을 개괄하자면 이렇다.
서울남연회 소속 교회는 413곳이며 이들 교회 가운데 1년 경상비가 4000만원 미만인 미자립교회는 178곳이다. 미자립교회를 제외한 교회들은 매년 재정의 1.7%를 기금 조성을 위한 부담금으로 내놓게 된다. 연회는 부담금 적립을 통해 매년 11억원 넘는 기금을 마련하며, 부족한 금액은 교회들의 특별 헌금이나 연회 재정을 통해 충당한다.
즉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은 향후 4년간 50억원 넘는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기금이 조성되면 미자립교회 목회자는 내년부터 4년간 매달 70만원을 받게 된다. 지급 기간을 4년으로 정한 건 기감이 연회 재편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기감은 지난해 10월 입법의회를 통해 2026년 말부터 현재 11개인 연회를 5~6개로 통폐합하기로 결의했었다. 현재 2개(서울연회·서울남연회)인 서울 지역 연회는 통합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은 감리교단 소장파 목회자들 모임인 새물결이 지난해 기감 입법의회를 앞두고 입법을 요구한 ‘목회자 생활안정법’과 비슷하다. 새물결은 법령 제정을 통해 감리교회 1년 수입(2018년 기준)의 7.5%(860여억원)를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해 쓰자고 제안했었다.
당시 새물결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감리교회의 미자립교회 비율은 48%에 달한다. 이들 교회 교역자의 월평균 급여는 약 80만원에 불과하다. 새물결은 ‘모범 사례’로 구세군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꼽았다. 구세군은 사관 한 명에게 매달 140만~15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기장은 목회자들의 십일조 50%를 거둬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최저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새물결 서울연회 대표인 양재성 가재울녹색교회 목사는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양 목사는 “만약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향후 5~6개 연회가 추가로 동참하고, 나아가 교단 차원에서 비슷한 일을 벌여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감독인 김정석(사진) 광림교회 목사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1259&code=23111111&sid1=chr
기금 제정을 주도하는 인물은 서울남연회 감독인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다. 서울남연회는 지난해 1월부터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나세남 프로젝트’(나부터 세워가는 서울남연회·이하 나세남)를 통해 미자립교회들에 매달 20만~100만원을 차등 지원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연회가 나세남의 성과를 살피기 위해 최근 벌인 조사를 보면 대다수 교회가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 목회자는 “재정 지원 덕분에 교회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다른 목회자는 “다른 교회 목사들과 교제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생겼다”고 답했다. “영적으로 다시 설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거나 “목회 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응답자도 많았다.
김 목사는 최근 연회의 중대형 교회 목회자 및 장로들을 일일이 만나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웨슬리 선교기금 조성은 느닷없이 벌이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나세남을 해 보니 이런 기금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역자들이 계속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금 조성은 교회가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주면서, 미자립교회 문제를 다시 한번 공론화하는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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