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우크라이나 살릴 군사 장비 대한민국에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통해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으로 약 15분 동안 중계된 연설에서 "러시아 전차와 함정, 미사일을 막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군사 장비가 대한민국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히고 "하지만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1950년대에 전쟁을 겪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제사회 도움으로 이겨냈다"라며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모든 나라는 독립을 가질 권리,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 모든 사람은 전쟁에서 죽지 않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군사 장비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앞서 한국 정부는 헬멧이나 모포 등 군수 지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살상 무기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8일 양국 국방장관 통화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되는 동부 지역에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중화기와 장비를 제공해 달라고 서방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와 NBC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밖에 "많은 다른 나라의 무기 제공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전쟁법죄국가, 또 다른 나라 공격할 것"
국방색 반팔 T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으로 약 15분 동안 중계된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4.11. 국회 TV 캡쳐
젤렌스키는 국회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침공해 생활의 터전을 파괴했고, 이제는 민족과 문화·언어를 없애려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마리우폴 시민 최소한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러시아한테 마리우폴은 본보기"라고 덧붙이면서 마리우폴에서 촬영된 1분짜리 피해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런 장면들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47일째 매일 목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러시아가 이성에 의해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다음에는 또 다른 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내세워 전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지속적인 대러시아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 20여개국 의회와 국제기구 연설을 통해 군사·인도적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호소하면서 시작된 연설 가운데 아시아 국가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달 23일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지 의사를 밝혔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양국의 더욱 결실 있는 협력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1단계 종료를 선언한 뒤, 수도 크이우 일대를 포함한 북부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하지만 철수한 병력을 이후 도네츠크와 루한시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며 재배치하고 있다. 동부와 남부에 전투력 집중을 예고한 것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이들 지역에 추가 투입할 전력을 접경 지대에서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새롭게 총괄할 지휘관으로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남부군관구 사령관을 임명하는 등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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