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최근 기독교계에는 지난 1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 감사 예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하나님 뜻에 합하길 바라는 교계의 바람을 담은 자리라는 의견도 있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을 사실상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을 예배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회와 정치의 관계, 예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열린 이 예배에는 주요 교단장들이 참여했습니다. 대표적 교회 목사 등도 순서를 맡았습니다. 설교자는 ‘눈물의 기도’(느 1:2~5)라는 설교에서 그리스도인이 대한민국과 당선인을 위해 눈물의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교단장은 격려사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볼 것을 요청했고 한 목회자는 윤 당선인이 이 시대의 담을 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극동방송 관계자는 “많은 이들로부터 윤 당선인 감사 예배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윤 당선인을 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순서자는 윤 당선인의 당선 공로가 그리스도인에게 있는 것처럼 얘기했고 심지어 다른 순서자는 당선인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섬기고 영화롭게 하는 것(시 50:23)이지 사람을 높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계에는 이번 예배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가 출석하던 교회는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윤 당선인은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가 없습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연 행사명은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기도회’였습니다. 특정인의 이름을 넣으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당선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회가 특정한 정파와 가까운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 신학자는 “교회가 정치와 지나치게 가까우면 단기적으로는 어떤 이익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기독교 윤리학자는 “교회는 세상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 예배는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을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무속 논란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있었습니다. 김동춘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윤 후보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계 지도자들의 행사는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자칫 정치와 종교의 야합으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예배와 행사를 구분하지 않는 교계 관행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한 예배학자는 “목회자들이 예배(Worship)와 행사(Ceremony)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는 예배의 본질을 훼손한다. 당선 축하 모임을 예배라고 하면서 한 사람을 치켜세우는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예배학자는 “앞으로 신학교에서 ‘예배’를 어떻게 가르칠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예배는 참된 예배를 모독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예배를 드려야 할까요.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4).”
손영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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