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NGO ‘러빙핸즈’ 뜻깊은 사역
학생 222명 멘토링 거쳐 사회 첫발
“시간·감정투자 크지만 귀하고 보람”
정문금(오른쪽) 러빙핸즈 멘토가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멘티 ‘사과’와 만나고 있다. 정씨는 ‘사과’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간 인연을 이어오며 교제하고 있다. 러빙핸즈 제공
경기도 수원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사과’(19) 학생은 지난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대학생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학창 시절 학업이나 인생 고민에 조언해 줄 어른이 주변에 없었던 그에게 부모 대신 든든한 상담자 역할을 해준 이는 멘토 정문금(39·높은뜻하늘교회)씨다. 정씨는 9일 “‘사과’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후 6년 동안 조카를 보는 이모의 심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던 아이의 모습에 대화를 1시간 이어나가는 것도 어려웠는데, 서로 신뢰가 쌓이면서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며 “이제 어엿한 성인이 돼 대학까지 진학한 아이가 기특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준 이는 멘토링 전문 NGO 러빙핸즈(대표 박현홍)다. 러빙핸즈는 2007년부터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재정적 후원도 필요하겠지만 마음을 기댈 ‘어른 친구’가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현홍 대표는 “멘토링은 일반적인 후원보다 시간과 감정 투자가 훨씬 크지만 한 아이의 인생을 바른길로 이끌어 주는 귀한 사역”이라며 “멘토링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회 성도들의 멘토 신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멘토들은 2주에 걸친 멘토링 양성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범죄경력조회서도 제출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된다. 멘토와 멘티는 한 달에 2번 이상 만나 교제한다. 한 명의 멘티를 고3 졸업 때까지 멘토링하기 때문에 최소 4년, 길게는 10년간 멘토의 헌신이 이어진다. 현재 멘토링을 진행하는 멘토와 멘티는 총 204쌍으로 그동안 222명의 학생이 멘토들의 사랑으로 자라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멘토링은 특히 코로나19 기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멘토 이도경(31·동일로교회)씨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멘티 ‘꼬미’를 자주 보지 못했는데 학교에 못 가니 ‘꼬미’가 외로웠는지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이제는 내 고민도 ‘꼬미’와 나눌 정도로 서로 위로해 주는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러빙핸즈는 기독교 NGO이지만 멘티에게 복음을 직접 전하지 않는다. 멘토들은 뒤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자신의 삶을 통해 아이들이 기독교인의 선한 영향력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씨는 “아이는 삶의 모범이 될 만한 한 사람만 보고 자라도 엇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가 부족한 내 모습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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