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김규희 기자 =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도쿄올림픽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뻔히 대외적으로 망신당할 것을 알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찾아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PCR 검사를 줄이고 엄폐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보건 전문가들조차 올림픽을 위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코로나19 진단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적게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PCR 검사 건수는 약 1만5,000여 건으로 한국의 31만 건, 이탈리아의 20만 건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것을 넘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대비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과 달리 공공연하게 표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의 방침이 내려지면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게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먼 교수는 "일본인은 타인 앞에서 분노 등 속마음을 보이면 안 된다는 특유의 규칙이 있다"라며 "그 규칙은 감정의 은폐와 억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튀는 행동은 '와(和)'를 해친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곤 한다. 단적인 예가 앞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100만 개 사비 지원을 밝혔다가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거센 비판에 철회한 사건이다. 손 회장은 품목을 바꿔 마스크 100만 개 지원을 다시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대량 구매가 되레 마스크 품귀를 불러와 시민들과 의료기관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황당한 우려 때문이었다.
일본의 코로나 대책은 이 국립 감염병 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자신들의 연구를 위해 관련 데이터를 독점하고 검사의 민간 확대를 막았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연구소에 있어 PCR 검사를 통해 얻는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에 공개되는 일이 없도록 연구소 내에서만 일괄 검사하는 방식을 고집해왔다는 것이다.
카미 마사히로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등 전문가들은 "감염병 연구소가 누구를 위한 연구소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자기 조직만을 위해 있는 연구소일 뿐이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부처 이기주의는 국가 전체를 어렵게 하는 망국적 관료주의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자국의 기술 수준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자동차, 전자제품은 물론 첨단과학 기술도 '일본 제품이 세계 제일' '일본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일본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장인정신이 살아 숨 쉬고 많은 노벨상을 보유한 나라답게 품질이나 기술 수준이 높은 것은 21세기 이전에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보니 일본인들 시각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분야를 막론하고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시각은 현재 한국의 PCR 검사 기술과 의료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있더라도, 일본이 좀처럼 따라 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이 PCR 검사를 일본에 비해 수십 배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본에서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이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도 많은 장점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정확성을 이유로 도입을 꺼리다 뒤늦게 실시하면서 일본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올림픽을 개최하고 하는 일본 정부 지도층의 깊은 오만함으로 올림픽이란 커다란 커튼으로 코로나19 확산 현실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고 실제로 가리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코로나19 전파의 숙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일본 NHK 20일 0시 기준 집계에 따르면 어제(19일) 하루 ▽ 도쿄 727명 ▽ 오사카 224명 ▽ 가나가와 412명 ▽ 사이타마 199명 ▽ 지바현 234명 등 전국에서 2,329명 감염자가 발견되었다.
또한 오키나와에서 5명, 후쿠오카현에서 2명, 홋카이도에서 1명, 사이타마현에서 1명, 아이 치협에서 1명, 도쿄에서 1명, 구마모토현에서 1명 등 총 12명의 사망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코로나19 총 누적 확진자는 84만4,539명의 사망자 1만5,075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19일 집계의 검사 건수를 극단적으로 줄인 3만7,451건의 PCR 검사를 실시했지만, 2,329명 감염자가 발견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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