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주요 7개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5일 런던에서 고위급 소통을 재개했다.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갈등 표출이 억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한미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니다.
이날 주요 7개국 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런던에서 양자 회담을 열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한일 외교당국 간 첫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으로 한일 양자회담은 미국의 제안으로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열렸다. 마지못해 열린 것이다.
‘미국의 삼각공조 증진 노력의 연장선’서 권유된 한일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5일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일본, 한국 간 고위급 접촉을 이어갈 기회를 만드는 바이든 정부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한일 삼각 공조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이 “한일 갈등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계선을 그었다”며 “특히 대북정책에서 세 나라가 공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일 간 실질적인 관계 진전은 두 나라에 달린 것이고, 아직까지는 양국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는 가시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쪽에서 두 나라 관계와 관련해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뚜렷한 행동은 없는 상황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덧붙였다.
한일, 역사 문제에서 이견 확인
정의용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 등에서는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두 나라가 서로의 우려를 더 잘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진전을 내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좀 더 실용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본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주변에 작고한 한국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한국 정부가 법원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의 적용 범위와 효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려면 일본 정부가 단순히 과거 한일 합의를 좁은 의미로 해석하지만 말고 정치적 대화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렉시스 더든 커네티컷대 역사학 교수는 5일 VOA에 이번 회담과 관련해 “일본, 한국, 미국의 외교 장관들이 런던에서 함께 앉아 진전 방안을 논의한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이날 삼자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관계를 얼마나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극복하고 안보 동맹으로 협력하길 바라는 바이든 정부는 생존하는 한국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한일 두 나라 간 어떠한 합의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갖는 일본 제국주의 시기에 대한 깊은 불만도 인식해야 한다면서 역사 문제가 안보보다 덜 중요한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외교전문가들은 일본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 피로증’이 있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이 존중되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지만, 한편으로 대다수 외교전문가들은 일본이 독일과 달리 36년간 씻을 수 없는 희생과 상처를 주고 한 국가 짓밟았는데도 직접적인 피해를 본 한국에 대해 배상했다는 이유로 사과 등이 매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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