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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 너무 쉽게 세상 가치에 흔들… 돈이 좋으면 장사를 하라”

한국교회에 큰 울림 남긴 ‘마지막 강의’… 박조준 목사의 삶과 목회

등록일 2021년03월26일 02시2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박조준 목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세계지도력개발원에서 “목사다운 목사가 되라”고 당부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뉴서울타임스] 손영수 선임기자 =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설교가 중 한 명인 박조준(88) 목사는 2002년 자신이 개척한 경기도 성남 갈보리교회에서 은퇴한 뒤 바로 다음 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다. 후임목사가 자유롭게 목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세계지도력개발원 사역에 집중했다. 남미와 유럽 개신교 지도자를 대상으로 200여 차례 목회 강의를 했다. 2013년 귀국한 뒤에도 성남에 세계지도력개발원을 열고 사역을 계속했다. 박 목사는 이곳에서 '목회나눔 특강'을 했다. 강의를 들은 목회자만 4만여명에 달한다.

박 목사는 최근 목회나눔 특강을 중단하기로 했다. 교회를 은퇴할 때도 전격 발표하고 미련 없이 떠났던 그는 이날도 수강생들에게 예고 없이 강의 중단 사실을 알렸다. 자신이 설립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관계자들만 이 사실을 알고 꽃다발을 준비했을 뿐이었다. 20여명의 수강생은 더 강의해 달라 청했지만 노 목사의 결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세계지도력개발원도 해산하기로 했다. 다만 WAIC와 웨이크사이버신학원에서 설교와 강의는 할 예정이다. 박 목사를 목회나눔 특강 마지막 강의가 있던 지난 11일 세계지도력개발원에서 만났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기력이 있을 때 은퇴하는 게 맞다. 더 늙어 이도 저도 못 할 때가 돼 내려놓는 건 보기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긴 세월 목회자를 훈련했다. 내가 잘난 게 많아 한 일은 아니다. 선배로서 세상 풍파 속에서 목회하는 후배들을 위해 작은 조언을 했을 뿐이다. 강의를 들은 목사들이 그대로만 실천하면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성숙해질 것이다. 성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망한다. 교회는 개혁돼야 한다.”


박조준 목사가 1980년대 초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일생 교회와 목회자의 개혁을 강조하셨다.

“세상은 바다요 사람은 배와 같다. 바다가 늘 요동치기 때문에 배에는 물이 차게 마련이다. 퍼내지 않으면 침몰한다. 쉬지 않고 물을 퍼내는 것, 이게 바로 개혁이다. 완성된 개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자신의 저서 ‘프로테스탄스 시대’에서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출발점이었지 종착점이 아니었다. 오늘도 내일도 교회와 목회자는 개혁돼야 한다. 개혁을 멈추는 순간 도태되고 썩는다.”

-초교파 연합체인 WAIC를 설립하셨는데.

“교단은 교권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독립교회들의 연합체를 만든 것이다. 초대교회에 무슨 교단이 있었는가. 여기에 답이 있다. WAIC는 교회다운 교회, 순수한 교회를 유지하려는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함께 기도하는 이들의 공동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목적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규모의 논리를 지향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하나님과 성경 중심으로 나가길 바란다. 말씀에서 떠난 교회는 타락이라는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WAIC 모든 구성원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탐욕이 가득하다.

“교회는 안 그런가. 교회가 타락해 사회도 망가진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만 봐도 그렇다. 뉴스 보니 LH 직원들이 100억원짜리 땅을 사면서 58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한다. 가능한 일이 아니다. 불의다. 이들은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공교육을 보라. 대학 가는 기술만 가르치지 윤리·도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삶의 기준을 간과하니 불의한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그 일을 교회가 해야 한다.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다. 쉬지 않고 구원에 이르는 길을 세상에 선포해야 한다. 듣지 않는다고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안 들어도 선포하는 게 교회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 교회와 목회자가 바로 서야 한다.”

-목회자에 대한 비난도 크다.

“총체적 위기다. 목회자들은 철저히 성경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세상 가치에 좌지우지된다. 영적으로 나약하다. 돈을 좇는 목사들도 있다. 안 된다. 돈이 좋으면 장사를 하라. 목회하면서 돈까지 챙기는 건 이율배반이다.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목사들이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며 목회할 때 위기가 기회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의 로마가톨릭보다 더 부패한 점이 있다고 느낄 정도다. 물론 나도 매 순간 갈등한다. 이 나이가 됐는데도 세상 속에서 갈등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고 무너져서는 안 된다.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박 목사(왼쪽)가 미국 프린스턴신학교 유학 시절 살던 민박집 마당에서 집주인 가족과 함께한 모습. 국민일보DB

-명설교자로 꼽히신다.

“열심히 준비해 전할 뿐이다. 과거를 돌아보니 20살 때부터 설교한 것 같다. 내 설교의 출발점은 위로다. 이사야 40장 1절은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내용이다. 권력자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의 심령이 피곤하다. 늘 하나님의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고민하며 설교를 준비한다. 험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며 말씀을 준비한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교회에 나와 설교를 들은 교인이 어깨 펴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교인이 되도록 영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늘 여기에 목적을 두고 설교를 준비하고 담대하게 선포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설교 대신 쉬운 예화를 활용해 설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적 자녀인 교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세계지도력개발원도 정리하신다는데.

“그렇다. 사무실을 정리한 돈은 갈보리교회에 기증할 예정이다.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건강할 때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물론 아쉽다. 하지만 아쉬울 때 그만둬야 추하지 않은 법이다. 간절한 마음이 있다. 길을 잃은 목사들이 영적인 건강성을 회복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마태복음 5장 13절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고 경고했다. 목사가 목사다움을 잃었을 때는 사람들에게 밟히는 법이다. 세상에 걱정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목사가 돼야 한다. 나부터 바로 서겠다. 하나님이 부르는 그 날까지 바로 서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목사다움을 회복하고 좋은 목사가 되길 바란다.”

-청년들이 무척 힘들다.

“나도 1·4후퇴 때 피난 내려와 온갖 고생을 다 했다. 나도 고생했으니 여러분도 고생해보라는 건 아니다. 기회를 얻지 못해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극복하겠다는 투지가 있어야 한다.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 회장은 생전 ‘절망적인 상황이 있지 절망은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무릎 꿇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

1950년대 서울 충신교회 전도사 시절 박 목사(왼쪽 다섯 번째)가 교역자들과 함께했다. 국민일보DB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월이 변하면 목회의 방법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목회 원리는 변치 않는다. 하나님의 종으로 겸손히 교인을 섬기는 게 목회의 원리다. 목사들은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선 안 된다. 호텔에서 밥 먹을 일이 생기면 어렵게 사는 교인을 먼저 생각하며 기도해야 한다. 이 정도 염치도 없는 목사라면 맛을 잃은 소금에 불과하다. 나라가 잘되려면 목사가 바로 서고 교회가 잘돼야 한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은 목회자의 영성과 실력만큼 교인이 성숙한다고 말했다. 날마다 개혁하는 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목회자들은 바울이 디모데에게 말한 것처럼 모든 일에 전심전력해 성숙함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해야 하는 직분이다. 경건에 힘쓰고 실력을 키우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목사가 되길 소망한다.”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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