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11, 두번째 강화, 제자 파송 이전의 교훈(마테복음 10:1~11:1)
10:1~11:1 사이의 네 문단은 예수께서 12제자를 불러 사도로 임명하시고, 이스라엘 전국 각지로 순회 전도를 떠나도록 파송하시면서 주신 교훈의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0:1-4의 내용은 12사도 임명을, 그 다음 10:5-42까지의 내용은 전도 파송 이전의 교훈의 내용으로서 마태복음의 대 강화(講話) 중 5-7장의 산상 수훈에 이은 두번째의 강화에 해당한다. 그리고 11:1의 한 절은 예수께서 강화를 마치신 후 자신도 전도를 위해 떠나시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 12사도를 임명하신 시점은 공생애 2년째인 A.D. 28년 초이고, 12사도를 전도 훈련을 위해 파송하신 시점은 A.D 28년 말 또는 29년 초 무렵이다. 그러므로 두 사건 사이에는 실제로 약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마태가 이 두 사건을 서로 묶어서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 주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그의 기록상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마태는 엄격한 연대기적 순으로가 아니라, 각 주제 전개의 논리적 순서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자신의 복음서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12사도의 임명과 파송 사건은 8장과 9장에서의 각종 이적 사건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해야 하며, 직접적으로는 8장과 9장을 총요약한 35, 38절의 내용에 그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즉 예수께서 갈릴리 전역을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고,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고, 각종 병자들을 치유하는 사역을 하셨으나, 목자 없는 양과 같은 수많은 무리들을 혼자서 다 감당하실 수는 없으셨다. 따라서 전장인 9장의 마지막 37, 38절에서 예수께서는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은 적다고 하시며, 추수할 일꾼이 더욱 필요함을 시사하셨다. 이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예수께서는 추수할 일꾼들, 곧 천국 복음의 사역을 감당할 사도(the Apostles)들을 세우시고 파송하시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12사도의 임명과 파송은 그의 사후 복음 전파를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할 사도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제 10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개관하자면, 먼저 1~4절에는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임명하시고 권능을 부여하시는 내용 및 사도로 임명된 제자들의 명단이 열거되어 있다. 5절 이하는 예수께서 임명된 12사도를 파송하시기 직전에 하신 당부와 교훈의 말씀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좀더 세분해서 보자면,
5~15절은 전도의 대상과 내용 및 전도 사역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당부의 내용이다.
여기서 전도의 대상으로 오직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고 한정하신 것은, 인류 구속 사역의 핵심인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류 구속의 경륜은 천국 복음이 먼저 이스라엘에 전파된 후 이방인에게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었다(마 28:19 ; 행 1:8).
이어 16~39절은 사도들이 전도 사역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때에 직면하게 될 핍박과 고난을 미리 예고하시고, 이를 어떠한 자세로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0~42절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을 영접하는 자들이 어떤 복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심으로써, 사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3년에 이르는 예수의 공생애 사역에 있어서, 12사도의 임명과 훈련은 하나님의 구속사(救贖史)에 있어서 실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예수께서는 공생애 3년의 기간 동안 천국 복음을 전하시고, 또 공생애의 마지막에 십자가에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지시고 죽으심으로써 인류 구속에 필요한 모든 일을 완수하셨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속 사역의 효력이 전인류에게 미치려면, 그 분의 사역을 계승하고 확장시킬 자들이 필요하였다. 즉 예수께서 지상의 사역을 마치시고 부활 승천하신 이후에도 천국 복음을 전파하여, 이미 도래한 천국을 확장시키고 완성시킬 사역자들이 필요하셨던 것이다. 예수께서 12사도들을 임명하시고 훈련하신 것은, 바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이 예수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진행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나 복음 사역자들은 사도적 지위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 사역의 계승자라는 점에 있어서는 사도적 전통(使徒的 傳統)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의 사역자로 부름을 받고 세움을 입은 자들은, 전도 사역을 앞에 둔 사도들을 위해 하신 예수님의 강화(講話)에서 다음의 몇 가지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첫째, 사역자들에게는 핍박과 고난이 예고되었다는 사실이다.
복음의 사역자들은 주님으로부터 권위를 위임받았지만 모든 이에게 환대만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으로부터 핍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님은 예고하셨다. 이 고난들은 주님의 제자로서 필연적인 것이다. 선생이며 상전이신 예수께서 수난을 당하셨거늘, 그 제자이며 종인 사역자들이 환대와 명예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인 것이다. 복음 사역자들은 사람들로부터의 냉담한 반응과 배척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핍박과 고난이 제자된 삶의 실체라는 것을 아는 것은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는 진정한 용기와 인내심을 갖게 한다.
둘째, 자신의 사역에 보람과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복음 사역자들을 영접하는 자들이 받을 복을 언급하시면서, 제자들과 자신과 성부 하나님이 유기적으로 연합을 이루고 있음을 밝히셨다(40절) . 즉 복음 사역자들을 영접하는 것은 곧 그를 보내신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임을 밝히신 것이다. 이는 복음 사역자들을 잘 접대하면 그 접대의 대가로 복을 받는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복음 사역자들이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일 때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영접하는 셈이 되어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은 인류에게 최대 · 최고의 선물을 들고 가는 셈이다. 사람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 이보다 더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 어디에 있는가?
마지막으로, 복음 사역자의 권위는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도(Apostle)란 ‘보냄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즉, 사도는 보내는 자의 전갈(Messages)과 권위(Authority)를 함께 가지고서 보내신 자를 대신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자인 것이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 복음 사역자가 그 권위를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주님께서는 “너회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고 하심으로 권위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용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계하셨다(10:8).
또 다른 면에서, 복음 사역자의 권위가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사실은 사역을 수행함에 있어서 당당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 영국의 위대한 설교자 스펼션(Spergeon)은 "하나님이 복음을 전하라고 부르시면 비굴하게 굴지 말고 왕이 되어라!"라고 말한 바 있다. 복음 사역자의 권위의 출처는 바로 왕이신 그리스도로서 복음 사역자는 그리스도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대사이다. 따라서 복음 사역자들은 인간의 눈치를 보거나, 환경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당당한 자세로 자신에게 맡겨진 그리스도의 사역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 옥스퍼드 주석. pp. 712-714.
조현상 기자 편집
<저작권자ⓒ뉴서울타임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