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 광릉숲 국립수목원을 지나 2㎞쯤 가니 나지막한 언덕 위로 광림세미나하우스가 보였다.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였지만 아름드리나무에 둘러싸인 세미나하우스로 내리쬐는 햇볕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1995년 개관한 세미나하우스에서는 그해 8월 세계감리교감독대회가 열렸다. 이후에도 목회자와 평신도 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신학 세미나가 진행되다 지난해 3월부터 교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교회가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위한 병상으로 써 달라며 세미나하우스를 방역 당국에 제공한 뒤 시설 전체를 비워 뒀기 때문이다. 대구 신천지발 확진자가 폭증하던 당시 광림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와 함께 교회 시설을 내놨다. 교회가 기도원 등 부속시설을 방역 당국에 제공했던 첫 번째 사례였다.
세미나하우스는 코로나19 환자 격리시설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 70여개의 객실은 화장실이 딸린 8.2㎡ 2인실이며, 층마다 30명 이상 머물 수 있는 대형 온돌방과 휴게실도 있어 의료진과 방역요원을 위한 공간도 넉넉하다. 1층 출입문도 세 곳으로 나뉘어져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을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미나하우스가 수용한 환자는 없다. 세미나하우스 운영위원장 양원식 권사는 “교회가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놨지만 환자들이 오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우선 서울시에서 실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했던 김대영 광림교회 문화홍보실 목사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제공했는데 많은 분이 세미나하우스에 오셔서 치료받고 숲속에서 치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림교회를 비롯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강남중앙침례교회 등 서울시내 5개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제공에 합의하면서 조만간 환자 이송에 필요한 실사 작업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광림교회는 지난해 세미나하우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전통시장을 찾아 선한소비운동도 하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인을 도왔다. 김정석 목사를 비롯해 교인들이 대형버스에 나눠 타고 세 차례나 수도권 전통시장을 찾아 2억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다. 교인들이 산 물품은 도움이 필요한 시설에 전달했다.
김정석 목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데 교회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작한 일들이었다”면서 “세미나하우스에도 병상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환자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환자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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