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후원과 선교를 위해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땀 흘려 청소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기도를 마친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 오후엔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직장인들이 퇴근한 사무실 8곳을 돌아가며 청소한다. 월 1100만원의 고정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을 가난한 이웃과 척박한 해외 선교 현장에 나누는 한편 겨울철 연탄 가구를 위한 연탄 후원에도 힘을 보탰다. 교회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을 위해 목회자부터 무보수로 청소기를 잡는 경기도 용인 행복한교회(권은숙 목사)를 지난 25일 찾아갔다.
행정구역은 용인 수지구이지만 수원 영통구 광교신도시와 인접한 행복한교회는 광교 상현마을 아파트단지 상가 2층에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웨신 소속으로 권은숙(58·여) 목사가 2008년 개척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5만원으로 시작한 교회는 20여년 만에 성도 60여명에 80석 장의자 예배당과 사무실, 목양실, 어린이 공부방까지 갖춘 규모로 성장했다. 아직 상가에 있고 규모도 크지 않지만, 외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자립 교회다. 권 목사는 “재정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권 목사와 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 등으로 구성된 성도 10명은 정기적으로 사무실 청소를 한다. 최근엔 광교신도시 인근 신축 건물이 늘어나 낮에도 빌딩 준공 청소와 오피스텔 입주 청소 등의 일감이 쏟아진다. 목회자가 성도들과 성심을 다해 저렴한 비용으로 청소를 해주니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인테리어업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권 목사는 교회가 어려워 이중직으로 나선 게 아니라 성도들과 순수하게 후원과 봉사의 개념으로 일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은숙 목사. 용인=신석현 인턴기자
“저를 포함해 세 명이 풀타임으로 청소 일을 하고 두 분 여성집사님은 월 88만원을 생계비로 받아갑니다. 저는 봉사와 헌신 개념으로 돈을 가져가지 않고 나머지 6~7분 성도들도 그런 맘으로 1~2시간씩 봉사를 하십니다. 교회 개척 이듬해인 2009년부터 성도들과 월 20만원씩 받고 상가 청소를 수주받아 일한 게 시작이었는데 지금은 세금을 제대로 내려고 법인을 설립해 청소 일을 합니다. 그 수입으로 필리핀 동티모르 브라질 인도의 교회를 돕고, 어린이 장학금과 단기어학연수를 지원하고 다른 후원도 하는 겁니다. 중년 여성 일자리는 식당 편의점 마트가 대부분인데, 거기선 주일 성수를 못 합니다. 성도들과 제가 함께 일하면서 구제와 봉사도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 결과가 청소입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야고보서 말씀처럼 성경 전체 3만여 절 가운데 매일 한 구절의 말씀이라도 실천하자고 성도들과 이야기합니다.”
올겨울 교회는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6800여장의 연탄도 후원했다. 권 목사는 “코로나19로 연탄 창고가 비어있다는 국민일보 지면을 게시판에 붙여 놓고 성도들과 논의한 뒤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우리는 이토록 따듯한 곳에 사는데 연탄을 때야만 하는 고령의 저 가난한 이웃들은 얼마나 춥겠는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예배당에 마스크를 쓰고 모인 성도들과 권은숙 목사. 용인=신석현 인턴기자
함께 청소하는 박용주(46·여) 집사는 권 목사를 향해 “엄마처럼 큰언니처럼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청소, 바닥 왁스칠, 눈에 보이지 않는 선반 아래 청소 등 궂은일은 권 목사가 앞장선다고 했다. 죽어가는 화분에 새 꽃을 심어 교체한 일로 사무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자랑도 했다. 박 집사는 “청소 일감이 많이 들어오는데 다 소화를 못 한다”면서 “어려운 교회 두세 곳이 힘을 합쳐 이 일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 목회자가 되기 전까지 권 목사는 약정헌금을 강요하는 일부 교회와 성적 괴롭힘을 하는 일부 목회자를 경험하며 신앙의 상처가 컸다고 했다. 지금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 권 목사는 “목회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성도들과 함께 땀 흘려 번 돈으로 나누는 일을 계속해 나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신앙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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