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한 손엔 성경을, 다른 한 손엔 신문을.”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칼 바르트의 이 말은 신앙만큼이나 세상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황성은(58) 창동염광교회 목사는 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묻는 말에 이 경구부터 인용했다. 8000여명의 출석 성도와 함께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황 목사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매년 부교역자들과 사역 아이디어를 나누는 워크숍에는 미래학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빙돼 식견을 나누곤 한다.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교회 1층 카페에서 만난 황 목사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예배 목양 리더십 등을 차분히 설명했다. 먼저 ‘토요일에 드리는 주일예배’를 언급했다.
“코로나19를 통해 온라인예배만 드리면서 우리 교회는 예배 장소와 예배드리는 날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성도들은 예배를 목숨처럼 여기는 주일성수 의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교회에 나올 수 없는 교우들의 허탈한 심정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예배당 문을 닫은 것이지 예배는 한 번도 중단된 일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특정한 날과 특정한 곳만 거룩하다는 새로운 율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일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 이전 주일 1~5부 예배를 드리던 것을 토요일부터 주일에 걸쳐 1~7부 예배로 개편했습니다. 토요일 10시 1부 예배는 7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아침을 여는 은혜의 예배’로 드립니다. 혹시 모를 젊은 무증상 감염자들로부터 어르신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은퇴 권사회가 찬양대를, 은퇴 장로님들이 대표기도를 맡는 등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분산 예배에 응해주셨습니다.”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찬양의 예배’를 드린다. 30~40대 젊은 가정과 교회 봉사자들을 위한 시간으로 정했다. 주일엔 오전 7시30분부터 3~7부 예배가 이어진다. 청년예배와 영어예배는 별도로 드린다. 황 목사는 “교회 봉사자들이 토요일 저녁에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에는 봉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예배 인원의 밀집도를 줄이는 효과도 동시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회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 초기 온라인예배 전환은 어렵지 않았다. 황 목사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부터 감염병에 대비해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뒀고, 성도들도 입원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는 일이 선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전에 구축한 온라인 시스템 덕을 본 것인데 그런데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장애인과 다음세대였다. 장애인 성도들은 지난 15일 주일에서야 만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교회에 나와 현장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황 목사는 “감염병에 더 취약한 약자들을 위해 교회와 제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구나 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온라인 교구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아직 신학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고 교단 차원의 매뉴얼도 없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 담벼락 경계선에서 서성이는 성도들을 생각해 이들에게도 목회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 목사는 “일단 우리 교회에서 이사 등으로 떠난 분들이 원하시면 온라인 교구에 등록해 신앙적 도움을 드리지만, 봉사나 구제 등은 가까운 지역 교회에서 행하는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황 목사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부흥하는 교회는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흥을 위해선 교회의 건강성, 안전성, 다음세대 교육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얼마나 건강한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새로 등록하는 성도들은 그 교회의 건강성에 관해 나름 다 조사를 하고 옵니다. 다음으로 교회가 사회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합니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진정한 의미의 성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세대 교육입니다. 온라인으로는 채울 수 없는 신앙 교육의 본질을 교회가 회복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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