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현상 기자 = 올해 서울시가 선정한 ‘10월의 미래유산’인 ‘세종대왕기념관’이 실상은 결혼식장으로 전락해 운영되면서 소장한 국가 보물이 곰팡이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관리·운영 중인 「세종대왕기념관(이하 ‘기념관’)」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국가 보물과 문화재는 창고 속에 방치한 채 결혼식과 돌잔치 장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념관은 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공보부’ 시절이던 1973년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건립되어 3,500평 규모의 대지 위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면적 750평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기념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유의 국유지에 건립되었으며, 건립 당시 3,500평 사용 대지에 연간 3억 원가량의 사용료를 문체부에 내다가 문체부가 기념관의 부담경감을 위해 사용 대지면적을 1,400평으로 축소해주면서 연간 1억 5천만 원을 내고 있다.
문제는 기념사업회가 재정이 빈약해 대지 사용료를 비롯한 관리·운영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수익을 위해 기념관을 활용한 웨딩홀 임대사업에 몰두하면서 비롯되었다.
기념관이 세종대왕을 기린다는 본래 목적이 온데간데없이 웨딩홀 사업 등의 수익사업에 치중하면서 기념관에 보관된 보물 등의 수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부실하게 문화재를 관리해 온 것이다.
현재 기념관에는 보물 제76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2권, 보물 제769호 ‘몽산화상법어약록’ 1권, 보물 제722-1호 ‘금강경삼가해’ 2권 등 국가 보물 5점과 서울시 유형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 등이 보관되고 있다.
이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념관에서는 기타 문화재의 수량에 대해서는 인수인계 등의 미비로 현재 파악 중이라고 한다.
또한, 이병훈 의원실 측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수장고라고 밝힌 협소한 창고에는 보물과 각종 문화재가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방치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관리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에서는 “기념관은 문화재청 소관이 아니며, 기존 유지관리사업이 있음에도 기념사업회와 해당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아 그동안 지원하지 않았다”고 변명만 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과 국가 보물 등의 주요 문화재가 기념사업회의 무능과 재원 부족과 해당 지자체, 문화재청의 무관심 속에서 위태롭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문화재청의 수장고 리모델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문화재 보존의 기본원칙인 문화재의 ‘원형 유지’를 위해 수탁기관의 ‘선의(善意)’에 의존하기보다 수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의원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한 경제효과가 1조 8천억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다. 또 한글이 우리에게 끼친 경제효과는 상상도 어려울 정도다.
세종대왕을 기리는 사업에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세종대왕기념관이 이름에 걸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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