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노예제·노예무역 금지, 여성 지위 향상, 신분 차별 철폐, 일부일처제 정립, 교육·자선기관 설립, 농구·배구 등 신종 스포츠 창안, 어린이 인권 신장 운동, 동물 학대 방지, 사해동포주의 실현….
전 세계 현대 국가의 바탕을 이룬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독교가 인류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는 것이다. 미국역사학회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자 선교사인 케네스 라토렛은 기독교가 세계 역사에 미친 파급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향력 면에서 본다면, 인류 역사에서 기독교만큼 큰 영향을 끼친 단일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서양문명은 기독 교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책은 ‘기독교 영향력’이란 제목 그대로 기독교가 인류 생활에 미친 ‘선한 영향력’ 213가지를 문명개혁·윤리정립·생명존중 등 20개 부문으로 나눠 정리한다. 250여쪽 분량의 책에는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물급 위인들이 기독교에 보낸 헌사로 가득하다. 하지만 기독교 칭찬에만 급급한 책은 아니다. 시대의 고민과 변화에 기독교가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회 기강을 바로 세움’이란 주제에선 기독교가 대중의 윤리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지도자 가운데 무신론 세력은 종교가 없는 세상을 꿈꿨다. 성탄절 같은 기독교 명절을 폐지하며 대중에게 기독교 대신 ‘이성의 종교’를 믿으라고 권했다. 기독교 전통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쉬지 말고 열흘에 한 번 쉬도록 했고, 공동묘지엔 ‘죽음이란 영원한 잠’이란 푯말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 기강이 문란해지자 혁명 지도부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란 생각이 사람들 마음을 지배하는 한, 프랑스는 결코 도덕적인 나라가 될 수 없다.”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중요시한 건 ‘생명 존중’ 가치관이다. 초대교회는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를 여흥으로 인한 살인으로 보고, 검투사에겐 세례를 주지 않았고 경기 참관인은 성찬을 거부했다. 불륜을 숨기기 위해 낙태를 권하는 로마 문화도 신랄히 비판했다. 초대교회 문서 ‘디다케’에는 낙태자를 살인자나 강도, 위선자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참수할 때 흐르는 피로 점을 쳤던 고대 잉글랜드의 드루이드족 풍습이나 과부를 죽은 남편 옆에 두고 불태우는 인도의 악습 ‘사티’를 폐지하는 데 앞장선 것도 기독교다. 현재는 전 세계 낙태 반대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내용은 ‘사회개혁’과 ‘교육·의료·언어혁신’ ‘이웃사랑’ 부문에 담겼다.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기독교가 한반도의 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언론인 출신 선교사로 WEC국제선교회의 동아시아 소수부족 성경 번역 자문역으로 활동한 저자는 “역사적 증거를 들어 예수가 이 세상에 끼친 영향력에 관해 설명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서문에 밝힌다. 혹자는 ‘기독교의 나쁜 영향력은 왜 전혀 언급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저자는 이에 “옳은 지적”이라고 수긍하며 “예수의 말씀대로 살지 않는 악행을 하는 건 정품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한다. 이어 “인류사에서 이토록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사상이나 단체가 기독교 외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올바로 적용되기만 한다며 인류에게 선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기독교의 씨앗에 내장돼 있다”고 전한다. 책은 저자가 2003년 펴낸 ‘은혜로 새로워진 세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잖다. 인류 문명 구석구석에 스며든 기독교 유산을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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