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지난 2월 경기도의 강제 역학조사를 앞두고 공무원 정치인 기자 의사 등 40명 이상의 신도 명단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학생 포교를 위해 지난해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42명의 ‘추수꾼’을 투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천지 전국 대학부장으로 활동한 박수진(26)씨는 26일 서울 금천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신도명단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신천지 전국 대학부장은 신천지 12개 지파에서 활동 중인 1만7000여명의 대학생을 대표하는 요직 중 하나다.
박씨는 “신천지 본부는 지난 2월 25일 새벽 2~3시쯤 전국 청년부 임원 26명을 텔레그램방으로 모았고 ‘정보당국에서 총회에 와서 명단을 가지고 갈 것으로 보인다’며 ‘명단이 드러나면 안 되는 공무원, 정치인, 의사, 기자의 명단을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단들이 올라오자 당일 오전에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빼야 할 인원을 점검했다”면서 “3~4개 지역에서 40명 이상의 최종 명단을 봤다. 그 후엔 서기에게 개인적으로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청년부 임원 텔레그램방에서 공무원 정치인 의사 기자로 활동하는 신도를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글. 박수진씨 제공
박씨는 그 근거로 ‘임원소통창’ 텔레그램방 캡처 화면을 제시했다. 청년부 총무 서기 등이 소속된 대화방에선 ‘공무원도 제외시키느냐’는 질문에 ‘공무원 정치인 의사 기자요’라는 답변이 나와 있다.
경기도는 이날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해 강제 역학조사를 단행하고 경기도 신천지 신도 4만300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증언대로라면 조작된 명단이 넘어간 셈이다.
2012년 신천지에 미혹됐다가 이단 상담을 통해 지난 4월 말 탈퇴한 박씨는 신천지가 CCC에 추수꾼을 조직적으로 투입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이만희 교주는 CCC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탈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침투 지시를 내렸다”면서 “지난해 40여명의 신도가 순장으로 활동했으며, 올해는 60명 이상 투입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CCC 관련 모임 등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천지 과천본부에선 지난 2월 15일 총회 전도부장 주도로 CCC 침투교육을 위한 12지파 특별 전도팀이 모였다”면서 “이때 144명이 모였는데, 대구 다대오지파 소속 신도 10명도 있었다. 이 중엔 31번째 확진자와 종교집회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천지는 이후 CCC와 관련된 모든 자료의 파기를 지시했으며, 방역 당국에도 알리지 않았다”며 “신천지는 이 모임 말고도 많은 모임을 은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천지 신도 중 10% 이상이 탈퇴했다는 관측과 달리 탈퇴자는 3% 수준이었다. 박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기준 신천지 국내 신도는 21만2324명으로, 재적 대비 탈퇴자는 2.8%(5996명)였다. 4월 15일까지 누적 탈퇴자는 재적 대비 3.0%(6390명)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신천지는 결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교묘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한국교회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소장 신현욱)와 그루터기상담협회(회장 유에스라)가 공동 주최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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