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교계 및 방역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해 교회가 정부 방역지침보다 더 강력한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서울시청 안전통합상황실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는 교회발 집단감염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교회발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과 경기도는 16일부터 2주간 종교시설에 대해 정규예배 외의 모임과 단체식사 등을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수도권 일부 교회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는 지난 12일 이 교회를 다니는 교인 한 명이 최초 양성 판정을 받은 뒤 17일 낮 12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총 319명이나 됐다. 이 중 서울 지역 확진자는 209명이다. 전광훈 목사 본인도 17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5214명에 이어 2위 규모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277명)은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에 출입 통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도 16일 교인과 접촉자 2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총 126명이 됐다.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도 3명이 추가돼 7명이 됐다. 이달 초 경기도 고양 반석교회와 기쁨153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연쇄감염으로 이어졌다
방역 전문가들은 일부 교회가 코로나19 방역에 뚫린 이유를 안이한 태도와 무리한 대면 모임에서 찾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랑제일교회 등에서 무리한 모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모이기에 힘쓰면 안 되는 때”라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사랑제일교회는 확진자가 나온 뒤 방역당국에 ‘허위 교인 명단’을 신고했다. 우리제일교회는 성가대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예배를 드렸고 기쁨153교회 성도들은 밀폐된 지하공간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더욱 비참한 것은, 이 시점에서 사랑제일교회의 감염확산이 ‘외부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채, 냉전적 광기를 발산하며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씨의 극단적 정치 행동”이라며 “생명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의 노력을 희화화하며 자행되는 전씨의 반생명적 행동은,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법에 의해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형제자매 교회가 다시 한번 깨어 일어나, 인내심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지역방대본과 함께 교회의 방역 체계를 점검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실천해야 할 책무를 준비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11일 “방역에 실패한 교회의 책임이 크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에 자발적 방역 강화 조치를 요청했다.
전국 교회들은 지역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조치에 따라 방역 강화에 나섰다. 3명의 확진자가 나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주일 정규예배 외에 소모임을 중지했다. 교회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3명의 교인은 9일 이후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음을 방역당국 역학조사팀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교회가 정부의 방역지침보다 더 강력하고 선제적으로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몇몇 교회가 코로나19 진원지가 됐지만, 비난은 모든 교회가 받고 있다.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원흉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지금이라도 확산세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도권 교회의 대규모 집단감염에 대해 긴장하면서도 교회 전체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대본 관계자는 “고위험시설 지정은 전국 단위 조치”라며 “현재는 위험이 발생하는 서울과 경기도에만 2단계 조치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향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장창일 임보혁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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