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14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30℃를 넘어서는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았지만 99㎡(30평) 넓이의 아파트에는 선풍기조차 없었다. 더운 바람이 간간이 창턱을 넘을 뿐이었다.
‘입주 청소’가 진행되는 현장이다. 입주 청소는 아파트 거주자의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미리 청소하는 걸 말한다. 보통 이를 대행해 주는 청소업체가 있다.
서울 노원구 함께걷는교회 김승우(50) 목사도 입주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이레클린 대표다. 김 목사는 담임목회를 하면서도 주중에는 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이중직 목사다.
청소가 시작되면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똑같이 일한다.
이날도 김 목사는 창틀 청소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날카로운 도구와 헝겊으로 창틀의 찌든 때를 꼼꼼하게 닦아 냈다. 한 차례 닦은 뒤 깨끗한 천으로 다시 한번 닦았다. 대형 진공청소기로 남은 먼지까지 빨아들이면 청소가 끝난다. 이 일을 쉬지 않고 반복했다.
아파트에는 상상외로 창틀이 많았다. 거실과 방, 주방에 있는 창틀을 모두 이런 방식으로 닦아야 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청소해도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게 늘 빠듯하다고 한다.
김 목사가 거실의 대형 창틀을 청소하고 있다.
김 목사는 “입주 청소는 대표적인 중노동으로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날에는 정말 힘이 든다”면서 “목회를 위해 하는 일로 이 또한 나에게는 목회의 연장 선상”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45세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안수받기 직전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교회의 교인은 10명 남짓. 김 목사는 규모는 작아도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개척 초기 교인들과 신앙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면서 “교인들의 헌금만으로는 목회가 어려워 청소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사업자등록을 한 뒤 본격적으로 입주 청소에 뛰어든 김 목사는 수익 일부를 교회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운영비 외에도 수입의 10%를 별도로 적립하고 있다. 지하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일을 하지 않고 개척교회 사역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같은 교단 소속으로 한 동네에서 사역하는 미자립교회 목사 중 거의 대부분이 직업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목사 이중직이 사실 특별할 것도 없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면서 “목회를 자신의 힘으로 하고 싶은 목사들의 선택 정도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김 목사가 2017년 1월 교회에서 진행한 성찬식 중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포도즙을 전달하고 있다. 함께걷는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유아세례를 받은 어린이의 성찬식 참여를 허락하고 있다. 김승우 목사 제공
김 목사는 토요일에는 일하지 않는다. 설교 준비를 위해서다. 일하다 보니 새벽기도회나 수요·금요예배는 드리지 못한다. 주일에는 장년과 아동부 예배에서 두 차례 설교한다.
김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교계 판도를 더욱 빠르게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대형교회들이 모든 미자립교회를 안정적으로 후원하는 일은 원래도 어려웠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될 거로 본다”면서 “코로나19 직후 2~3차례 월세를 지원해 준 게 최선이지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절이다. 또 외부 지원에 의지해서도 곤란하다”고 했다. 자립의 길을 목회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 목사는 이중직 목사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을 거둬달라고도 부탁했다.
그는 “이중직 목사의 사정을 이해하기보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면서 “목회에 집중하지 않으니 자립을 못 한다는 시선인데 몹시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목회 현장, 교계의 현실이 바뀌었다. 목사 이중직을 이해해 달라”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설교 준비해 조만간 자립하고 싶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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