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타임스] 조인애 기자 =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집행위원장 김성연)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되는 2020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를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Words at an Exhibition–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로 확정하고 출품작품 선정 등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시장소로는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중앙동 원도심의 여러 공간과 영도 창고 등 이번 전시의 기획 방향 및 내용에 부합하는 곳들로 물색 선정하였다.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 덴마크)는 선정 초기부터 전시를 만들어가는 방법론에 주목하였다. 전시감독은 소설가 10명, 시인 1명 등 문필가 11명을 섭외해 부산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집필토록 하고 이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시각예술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준비해 오고 있다.
이는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가 친구였던 건축예술가 빅토르 하르트만(Viktor Hartman)의 전시회를 관람한 후 10개의 피아노곡과 5개의 간주곡(Promenade)으로 만든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이라는 곡의 구성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전시장소 (영도창고내부사진) 사진 = 보도자료
이 곡에서 무소르그스키가 그림을 음악으로 해석했다면 2020부산비엔날레는 문학에서 시각예술 등 다양한 방식과 장르로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10명의 소설가들이 탄생시킨 ‘열 장의 이야기(소설)’와 1명의 시인이 창작한 ‘다섯 편의 시’는 2020부산비엔날레의 핵심 코드이자 시작이 된다.
서로 다른 예술 형식 간의 소통과 함께 전시감독이 주목한 것은 ‘픽션’이라는 개념이다. 야콥 감독은 부산이 “이야기(Fiction)의 도시”라고 말한다. 부산은 영화제의 도시이며 수많은 영화와 문학의 배경이 된 곳이다. 때문에 여러 ‘픽션’이 동원되는 전시감독의 전시 방법론을 실험하는 데 부산은 적격인 도시다.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문필가들이 새롭게 쓴 이야기와 시가 “이야기의 도시” 부산에 가상의 층(layers)을 더하고, 그 가상의 층은 예술가에 의해 해석되어 새로운 층을 만든다. 관람객들은 문학과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층으로 부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각예술가들이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작품을 구상 중이다.
또한, 부산의 사운드와 부산의 향기 등을 소재로 음악과 다양한 감각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는 기획도 진행 중이다.
11명의 문학 작가가 참여하여 집필된 문학작품은 국영본 전집으로 전시 개막에 앞서 출간될 예정이다.
▲전시감독(Jacob Fabricius) 사진 = 보도자료
조직위는 2020부산비엔날레를 준비하는 초창기부터 도시 부산에 대한 방점을 찍었다. 이는 기계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도시를 기반으로 열리는 비엔날레가 가져야 할 숙명이자 지향점으로써 부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의미한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이전에도 부산을 수차례 방문하였고, 이렇게 부산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가진 전시감독이 보여줄 부산에 대한 기억과 해석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전시감독은 문필가들의 이야기에 언급된 부산의 구체적 장소들에 주목했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한 영도대교와 중앙동 원도심은 개항, 전쟁과 피난을 겪은 도시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혼재된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관람객들이 전시가 열리는 장소들을 탐험하며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재발견하고 상상해 보도록 하고, 거리나 건물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시감독은 이를 ‘탐정처럼 걸어보기’라 말하고 관람객들에게 부산을 적극적으로 관찰해 보기를 제안한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30여개국 80여 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전시의 중요한 키(Key)가 되는 문필가들은 한국, 미국, 덴마크, 콜롬비아 등에서 11명이 참여하였고, 시각예술가들은 현재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굵직한 작가들이 참여한다. 특히 부산이 전시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만큼 지난 비엔날레에 비해 신작의 비중과 부산 출신의 참여 작가도 늘었다.
전시의 모티브가 되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전시감독이 선정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문필가들이 각각의 눈으로 바라본 부산을 풀어낸 것이다. ‘열 장의 이야기’에 참여한 11명 중 4명의 문필가를 공개한다. 그중 국내 작가로는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아오이가든』 등을 집필한 편혜영 작가와 김승옥 문학상과 문지문학상, 김현 문학패를 수상하고, 『사랑하는 개』, 『도시의 시간』 등의 소설을 집필한 박솔뫼 작가가 참여한다.
국외 작가로는 미국 뉴욕 출신의 소설가 마크 본 슐레겔이 이야기의 한 장을 맡아 추리적 성격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다섯 편의 시’는 김혜순 작가가 참여하였다. 작가는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부분 입선을 하면서 등단하여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 여성문학의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0부산비엔날레가 부산의 지역성을 탐구하는 전시이기도 한 만큼 부산 출신의 작가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실을 화두로 하여 사회비판적 경향의 활동을 하고 있는 노원희 작가를 비롯하여 수묵감성으로 현대 도시의 진정성을 구현하는 작가 배지민이 참여한다.또한 여러 매체가 혼재된 시대에서 리얼리즘과 정체성에 관한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부산 태생의 송민정 작가도 이름을 올렸다.
해외 작가들도 국제 미술계에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아지즈 하자라는 올해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영상, 사운드, 언어 프로그래밍, 텍스트 등 복합적 매체를 사용해 정체성, 갈등, 감시 등의 문제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비앙카 봉디는 고무, 소금, 안료와 같은 자연 재료들과 플라스틱, 전기케이블 등의 인공 재료들을 혼합하여 다양한 문화에 대한 본질적 속성과 에너지가 활성화되는 측면을 탐구한다.
벨기에 2인조 작가인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는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벨기에관에서 조명을 받은 바 있으며, 뉴욕의 MoMA PS1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는 사운드, 텍스트, 흔적, 기억으로 이루어진 영상과 퍼포먼스 작업을 하며, 이탈리아의 모니카 본비치니는 1999년 하랄드 제만이 감독했던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덴마크의 라세 크로그 묄레르는 일상에서 통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대상에 주목하여 기존 전시 체계에서 드러나기 힘든 위계질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이다.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로 시작한 부산비엔날레가 현재의 명칭으로 출범한지 2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그간의 전시들에서 부산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부산만의 독특함에 주목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전시는 없었다.
이제 새로운 20년의 첫 번째 전시가 될 2020부산비엔날레가 부산을 테마로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 도시를 기반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의 향후 방향 설정에도 충분히 참조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문학에서 출발해 청각, 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들과 뒤섞여 시각예술 장르에 융화되고 부산을 새롭게 인지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또한, 부산이라는 도시가 익숙한 작가와 처음인 작가,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가 도시를 탐구해나가는 시선들을 통해 관람객들의 숨어 있는 예술 감각을 깨운다.
2020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도시의 역사와 숨겨진 의미를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이 국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3월경 출품작가 선정을 완료하였으며, 출품작 선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작품 구상을 위해 부산 현지에 방문하고자 했던 해외 작가들의 입국이 제한되자 조직위에서는 작가가 요청하는 현장 자료, 문헌자료 등을 사진과 영상, 화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작가가 구상하는 작품이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운송 및 작품설치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개막시기 이전에 상황이 안정화 될 것으로 희망하지만 지속될 경우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른 전시 관람 매뉴얼을 구성하고, 관람 예약제, 시간별 관람인원 설정, 전시장 내외부 정기 방역 시행 등 안전한 관람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필요시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국내․외관람객을 위한 온라인 전시도 구성할 계획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국내외 비엔날레들이 연기 혹은 취소가 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오히려 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실험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조직위와 전시감독은 화상 통화, 영상을 이용한 작가와의 정보교환과 소통방식으로 차질 없는 개막을 위해 준비 중이다.
물론 안전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수립하고 있다. 전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세계 예술계의 앞선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출범 20년째를 맞는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부산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지로 태동하여 구성된 부산청년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국제바다미술제, 부산야외조각대전을 통합하여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로 개최되다가 2002년부터 부산비엔날레라는 명칭으로 변경 개최하여 현재까지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는 국제현대미술전시회로 지난 2018부산비엔날레는 약 3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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