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우리술문화원>
[뉴서울타임스] 배순민 기자 = 도서출판 향음이 ‘우리술문화원 총서 01- 한국의 술, 100년의 과제와 전망’ 제1권을 출간했다.
국내 쌀 시장이 개방된 이후 쌀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리의 전통적인 가양주를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양주를 되살려 오늘날의 시대 흐름에 어울리면서도 품격 있는 주류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다.
전통 가양주를 살리려는 운동이 자리 잡기 위해 전통 가양주의 수난과 부활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난날 우리 술 문화의 몰락 원인을 재조명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 술 문화의 역사와 전망을 조명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실천과제를 모색하는 총서가 발간됐다.
도서출판 향음이 출간한 ‘우리술문화원 총서 01- 한국의 술, 100년의 과제와 전망’ 제1권은 바로 이런 취지에 따라 발간된 첫 결실이다. 2부로 나뉘어 우리나라의 전통 술 문화가 일제에 의해 말살되었던 역사와 이를 되살리기 위한 과제를 짚었다.
제1부는 ‘한국의 술, 100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으로 지난 1세기를 돌아보는 두 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첫 번째 글은 우리술문화원 이화선 원장과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구사회 교수의 ‘일제 강점기 주세령의 실체와 문화적 함의’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 사라지게 된 원인으로 일제의 한국 문화 파괴와 세금수탈을 목적으로 한 식민지 정책이라는 외부적 원인뿐만 아니라, 당시 이를 주도했던 세력과 이들을 뒷받침하고 주도했던 사상이 무엇이었는지 내부적 요인에 주목하였다.
식민지 시대에 배양된 기득권 세력에 대한 청산 부족, 이 시기에 들어온 궁핍하고 저급한 술 제조기술과 향유 문화에 대한 반성 부족, 사회와 자연을 바라보는 전통적 사상을 도외시하고 일본과 서양에서 도래한 서구적 사상의 무비판적 신봉 등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이 글은 일제시대 동안에 가양주 문화가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조 방법에 있어서도 전래방식의 술 제조가 맥이 끊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주세령은 우리나라 술의 위상을 하락시키고, 우리 술이 전근대적, 비위생적, 비과학적이라는 이미지를 입혔다. 그리고 일제는 일본식 주조법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기업형 술 제조를 시작했는데 광복 이후에도 이것이 우리나라 주조법으로 그대로 답습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그 결과 단 30여년에 불과한 일제 강점기에 우리 술의 문화가 원형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말살되었던 것이다.
한 예로 일본 군부에서 개발한 에탄올 제조기술로부터 1911년에 태어난 희석식 소주의 기원을 언급하고, 식민지시대에 일제가 개발하여 전래해준 값싼 알코올 음료인 희석식 소주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표 술이 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이 글은 우리나라 전통주조법의 복원과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외래방식을 주체적으로 수용 발전시킬 것을 제언하고 있다. 끝으로 이 논고에서는 전통문화자원의 가치 상실과 일련의 과정이 갖는 문화적 함의를 분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과학화와 산업화의 방향성에 대한 제언까지도 덧붙였다.
두 번째 글은 정태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가 ‘일제강점기 주조업과 주조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하였다.
정 교수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서 행한 주조정책이 주류시장 지배와 수탈을 목적으로 시행되었음을 간파하고, 정책의 목표를 달성해 나아간 구체적 방법을 철저하게 찾아 들추어내었다. 식민지시대 일제의 주류정책이 조선 전통의 주류산업을 파괴하고 조선인에 대한 조세수탈과 일본인의 시장지배를 유도해 온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일제의 주조 정책으로 말미암아 결국 가양주는 불법화되고 주조업자는 완전히 교체되어 일본인이나 식민정책에 편승한 일부 조선인들로 재편되었고, 주류 산업은 조선총독부 통제에 완전히 들어갔음을 지적하였다. 정 교수는 한국의 산업 중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표적 산업 중 하나가 주조업이라 주장하고, 이는 역사적 산물이지만 그 역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어가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책임도 크다고 일침을 가하였다.
제2부는 ‘한국의 술, 100년을 전망하여’라는 제목으로 미래를 위한 네 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첫 번째 글은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의 ‘한국의 술, 대안 찾기: 우리 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이다. 정 소장은 우리술문화원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서 한국 주류산업에 대한 깊은 식견을 경제적 관점에서 피력하였다.
먼저 우리나라 주류정책의 문제점들로서 주류 제조에 있어서의 불필요한 제한 규정, 고급주 생산에 역행하는 규정, 일본식 주조방법을 전제한다든지 세수 증대만을 이루려는 관점, 술 제조의 특성을 무시한 잘못된 위생규제 등을 제기하였다. 정 소장은 또 우리나라 술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제언들을 하였다. 첫째로 주세를 알코올 양에 따른 종량제로 바꿀 것을 제언하였다. 주세가 종량제가 되면 비싼 고급술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된다.
두 번째로 주류 담당기관의 일원화를 통한 종합관리 지원시스템 구축을 제언하였다.
국세청이 주류산업에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일리가 있으나 그동안 주무 관청으로서 우리 술 산업이 낙후된 데에 큰 책임이 있고, 주세 수입이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주무관청을 농업과 국민경제에 더 밀접한 부서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술의 핵심 원료인 누룩과 누룩에 있는 복합균을 응용한 여러 식품 개발 연구의 필요성 등도 제기하였다.
두 번째는 정석태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농업연구관이 집필한 ‘주류분야 전통기술과 문화를 살리기 위한 제도개선 방향 - 주세법과 식품위생법을 중심으로’이다.
정 연구관은 이 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술 제조법 자체를 식품위생법이나 국세청 법규로 규제하고 있어서 다양하고 특별한 술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주세법이란 주류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법이므로 전통술 문화보전이나 계승 발전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주세법의 주류분류방법이나 식약처의 위생법규에 의해 누룩제조 방법이나 발효법 등 주류 관련 전통기술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였다.
정 연구관은 주세법이 증류식 전통소주를 일제 시대에 전래된 값싼 희석식 소주와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점, 전통술을 주류 종류에 따라 분류하지 않고 면허종류에 따라 분류가 하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 전통주의 하나인 지역특산주가 지역특산 원료를 사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식에 어긋난 전통주가 지정되고 있다는 점, 전통술 제조 현실에 맞지 않는 식품위생법 등을 들면서 주세법과 식품위생법의 개정을 제안하였다.
세 번째 글은 권성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기술개발실 전문위원의 ‘국민 건강을 위한 전통주 산업의 소비자 정보공개 - 환경산업 분야의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이다.
권 위원은 이 글에서 주류를 관리·규제하고 있는 식품위생법과 주세법에서 주류에 대한 표기 규정이 아직도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특히 ‘탁주와 소주의 주요 제품별 원료 및 함량표’를 제시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생산 주류에 얼마나 많은 합성첨가제가 들어가 있는지를 고발하였다.
또 합성첨가물 사용에 관대한 우리 주류정책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고급술 개발을 가로 막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였다. 권 위원은 또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존중을 제안하였다.
네 번째 글은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의 ‘주류산업 종합관리 지원체제 구축 방안’이다.
정 교수는 문제 제기를 통해 국내 주류 산업이 세수 확보 측면에 커다란 비중을 두다 보니 정부 차원의 과도한 규제를 가져왔고 이들이 주류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게 된 상황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세제도와 주류관리 체제 개편 방안을 제시하면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주류 행정과 법률 체계 개선 방안을 피력했다.
에필로그에서 이석준 농업회사법인(주)좋은술 회장은 ‘전통주 생산 현장의 실태와 제언: 전통주 제조에 관한 식품위생법을 중심으로’라는 글을 통해 전통주 제조 현장의 고충을 토로하고 개선점에 대한 제언을 하였다.
이 회장은 기계를 사용한 자동화시스템으로 술을 생산해야 과학적이고 위생적이라는 생각이 잘못임을 지적하고, 제성기, 병입기 등의 사용을 피하고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위생적임을 현장 경험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
이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생검열은 외양적이고 형식적인 깨끗함에 치중하여 주류 제조 영업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토로하였다.
또 모든 기업을 대기업 수준으로 똑같은 검사항목과 기준으로 검사하는 것은 무리하므로 규모에 따라 위생검사에 차등화를 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번 총서는 지난 2016년 일제 주세령 공포 100주년에 열린 우리술문화원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학술대회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던 우리 가양주 문화를 말살시킨 일제 주세령의 후유증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우리술문화원 제1차 학술대회는 2016년 10월 31일에 국회의원 양승조 의원실(보건복지위원회)과 공동주최로 열렸고 제2차 학술대회는 같은 해 12월 29일 국회의원 김현권 의원실(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과 함께 마련되었다.
‘한국 전통술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도약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전통주 산업의 진흥과 전통문화의 창달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적 학술적 고찰과 현장의 문제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전통술 산업과 문화의 부흥에 대한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술문화원은 이같은 학술대회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으로, 이에 발맞춰 도서출판 향음도 우리 술의 부활과 전통 문화 창달을 위한 총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뉴서울타임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