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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문희 전 헌재 재판관, "박영수 특검 때문에 법률 공부한 ◆ 2017-12-05 0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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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전 헌재 재판관, "박영수 특검 때문에 법률 공부한 게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

이시윤 전 재판관, "특검을 먼저 하고 결과가 나오면 소추를 했어야 했다. 국회가 너무 성급했다.”

하주희 주간조선 기자 2017-02-20 08:59

잠자코 있을 수도 있었다. 세사에 신경을 끊으면 될 일이었다. 논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원로 법조인 9인의 경우다. 지난 2월 9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광고가 실렸다. 제목은 ‘탄핵심판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이었다.

법조계 초유의 ‘원로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9명은 정기승 전 대법관, 김두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순 전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회장, 이시윤 전 헌재 재판관,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종표 원로 변호사, 김문희 전 헌재 재판관, 함정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거개가 법조계 주요 단체나 기관의 장을 역임한 인물들이다. 2월 14일 광고에는 박만호 전 대법관이 이름을 추가했다.

사실 법조계 인사, 특히 판사 출신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극히 꺼린다. 맡은 재판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재판에도 관여하지 않는 직업윤리의 영향인 듯하다. 원로 10명 중 8명이 판사 출신이다. 이 중 각각 2명은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대법관이었다. 이번 의견 발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는 김평우 변호사다. 그는 2011년 변협 회장 임기를 마치고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다 지난해 12월부터 조갑제닷컴에 글을 올렸다. 지난 1월 29일 귀국해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을 냈다. 김 변호사도 판사 출신이다. 이번 일이 상당히 이례적인 이유다.

광고가 나가자 국회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탄핵소추위원단은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 및 각종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삼았으며 국회가 별도로 조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등 원로들의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자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국의 어떤 점이 이들을 움직였을까, 접촉을 시도했다. 광고에 안내되어 있는 전화는 거의 하루종일 불통이었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에만 400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왔단다. 개인 휴대전화도 연결이 힘들었다. 간신히 연결돼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절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이 언론 접촉을 꺼리는 이유는 후에 알게 됐다. 어렵게 이 중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시윤·김문희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 이외에도 이종순 변호사와 지방에 거주 중인 박만호 전 대법관과는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 2월 15일 서울 강남의 법무법인 대륙아주 회의실에서 두 원로를 만났다. 이시윤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을 맡고 있다. 백발의 두 원로는 만나자마자 ‘인터뷰한 그대로 기사에 담을 것인지’ 거듭 물었다. 이시윤 전 재판관의 말이다. “탄핵이 의결된 후 jtbc와 인터뷰를 했다. 집까지 찾아왔더라. 2시간 반 동안 카메라 앞에서 의견을 얘기했다. 탄핵이 인용되어야 하지 않냐며 유인하는 질문을 하더라. 중대한 법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얘기했더니 방송에 안 나왔다.”

이종순 변호사도 같은 말을 했다. “원래는 성명서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현 정국에선 아무리 성명을 내도 신문에 안 실어줄 게 뻔하니 차라리 광고를 내기로 한 거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시윤 전 재판관은 법조계에선 유명인사다. 헌재 재판관과 감사원장을 지냈다. 그가 집필한 ‘신민사소송법’은 법조계 ‘바이블’로 불린다. 작년 한 해에만 수천 권이 팔렸다.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 이미 된 사람들 중 그의 책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한국 민법에 ‘신의칙’, 즉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들어간 것도 이 전 재판관 덕분이다. 신의칙은 일본 민법에도 ‘수출’됐다.

이시윤 전 재판관에게 이번 탄핵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답했다. “제가 절차법을 전공했다. 선(先)수사 후(後)소추가 기본 원칙이다. 수사를 해서 상당한 혐의가 발견됐을 때 소추를 하는 게 원칙이란 얘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권침해다. 특검을 먼저 하고 결과가 나오면 소추를 했어야 했다. 국회가 너무 성급했다.”

김문희 전 재판관도 “탄핵 절차를 돌아보자”고 말문을 열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권을 바꾸는 수단은 선거다. 이외의 방법으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다. 이미 실질적으로 탄핵 효력이 발생하는 거다. 그러므로 탄핵 사유를 명백히 밝히고 의문의 여지 없는 증거를 붙여야 한다. 작년 11월에 지금 물러나라고 몰아세우다가 내년 4월에 물러난다니까 탄핵소추를 한 것 아닌가. 국회의원 중에 과연 탄핵의 의미가 뭔지 제대로 알고 투표를 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의문이다. 헌재에 일단 넘겨놓고 특검에 뒷조사를 맡긴 것 아닌가.”

김문희 전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을 12년 동안 역임했다. 1기와 2기 재판관이었다. 현재 법무법인 신촌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헌재 재판관에 외교관이나 교수를 임명하는 등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평소 열린 의견을 개진했다.

김문희 전 재판관에게 8인 혹은 7인의 헌재 재판관이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헌재는 9인의 합의체다. 헌법재판소법과 2014년 판례를 보면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절차와 규정이 있으면 따라야 한다. 피소추자는 그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9인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재판관 임명 절차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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