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 알았었네
그리 알았었네
그대도 나와 같은 줄 알았네
나처럼 간간이 외롭기도 하고
까닭 없는 서글픔에 한숨 짓기도 하고
가끔은 좌절하기도 하는 줄 알았네
그대 또한 나처럼 인간의 몸으로
가슴엔 따스한 온혈이 감돌고
내 것이 아닌 이웃도 돌아 보며
가끔은 눈시울도 적시는 줄 알았네
사람이 세월을 잘 만나면
누구나 그대처럼 될 수 있다 믿었네
꿈을 꾸면 되리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가 그대를 보는 것 같이
그대도 우리를 그리 볼 거라 믿었네
그리만 알았었네.
그런데, 어쩌나 그대
그대는 이미 우리와 다른 것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대가 할미가 되고
내 손주가 할애비가 되어도
그대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걸
나도 그대도 이젠 다 알아버린 걸..
마지막 홑잎이 되어버린 그대..
그대로 인해 백성들의 떨어진 자존심이
초겨울 낙엽처럼 광화문 바닥에 흩날리고
토요일이면 그대 집 앞 마당에는
휴식을 접어버린 그대의 착한 민초들의
어리석은 군주로 향한 원망의 함성이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마는데
그대여..
설마 이 외침, 그대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너희와 나랑은 처음부터 다르다고
나는 예전부터 이 곳에서 살았다고
집에 가라 해도 본디 이곳이 내집이라고
그리 외면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대, 제발 애원하노니
창밖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 봐요
그대의 어진 백성들의 슬픈 눈동자에
방울 방울 맺혀진 눈물 눈물이
그대의 싸늘한 가슴에 막혀
창문 가득 물줄기 되어 흘러 내리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