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난장판이 됐다. 친박계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을 앞두고 당 예비후보에게 지역구 변경을 압박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두 사람의 전화를 받은 예비후보는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지역구(경기 화성갑)에서 공천에 도전했던 김성회 전 의원으로 확인됐다. 설로만 떠돌던 친박계의 공천 농단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친박계에선 최·윤 의원의 행동이 공천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항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협박에 가깝다. 실정법 위반 소지가 짙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윤 의원은 지난 1월 말 김 전 의원에게 전화해 “대통령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 변경을 요구했다. “까불면 안된다. 뒤에 대통령이 있다”며 “(지역구 변경) 안 하면 사달이 난다.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 형에 대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천 개입을 넘어 불법 사찰 논란을 일으킬 만한 협박성 발언이다. 김 전 의원이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최 의원도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없다.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그렇게 하면(지역구를 옮기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압박과 회유를 병행했다. 김 전 의원이 “VIP(대통령) 뜻이 맞느냐”고 묻자 “그럼, 그럼”이라고 확인해줬다.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 방해죄)는 당내경선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 포함)를 협박하거나, 경선운동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등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경선의 자유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윤 의원의 발언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이들의 요구대로 경기 화성병으로 지역구를 옮겼으나 경선에서 탈락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녹취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장 조사에 나서야 하고,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이 실재했는지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부 인사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것이라 해도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