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유명인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1인 피켓시위를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개고기를 반대한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문화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개고기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명백한 문화제국주의로서
영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하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를 식용으로 쓰는 상황에 대해 논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언론에서는 개 도살과정의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개고기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일단 한 가지 분명히 밝혀둘 것은,
개를 보다 위생적이고 합법적으로 도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문제이며, 여기서는 별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서 다룰 문제는 '개의 식용가능성' 자체의 문제입니다.
1. 왜 개는 안되고 소 돼지는 되는가?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박합니다.
'그렇다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는? 왜 개만 안되지?'
개고기와 관련된 논란에서 반드시 접하게 되는 반박입니다.
이러한 반박을 던지면서 개고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적어도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을 한 번도 못봤다. 왜 개는 안되고
소와 돼지, 닭은 되는가. 이중성 쩐다'
이 말은 반대로 해석하면..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 문제를 비판하는 위 논거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즉 왜 개는 안되고 소 돼지는 되는가? 라는 문제제기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야기가 과연 합리적이고 논리적일까요?
2. 왜 소와 돼지 및 닭은 되고 벌레와 풀은 안되는가?
그렇다면..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한 번 살펴볼까요?
꼭 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식용으로 자주 쓰는 소와 돼지는 그나마 도덕적, 심지어 법적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만약에 소, 돼지, 혹은 닭을 아무 이유 없이 단지 유희를 위해 학대하고 괴롭히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합시다.
이러한 영상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아마 대부분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먹기 위해 도축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단지 유희를 위해 저렇게 괴롭히는건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어디 사람들의 비난 뿐일까요?
심지어 경찰들이 바로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학대 가해자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바로 '동물보호법'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법에서 정의하는 동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위 법에서 포유류, 조류는 당연히 보호를 받는데,
그 밖의 동물들은 대통령령에 포함되지 않으면 학대로부터 보호받는 대상이 되지 않네요?
심지어 풀과 같은 식물은 애초에 포함되지도 않습니다.
동물이 아니니까요.
물론 야생 식물 및 새로 나온 품종, 그리고 희귀한 품종에 속하는 풀들은 보호가 되지만요.
그렇다면..
파충류 중에서 모기, 바퀴벌레와 같은 곤충은 어떨까요?
모기 바퀴벌레 아무리 때려잡고 라이터로 지지고 별 짓을 다해도 잡혀가지 않습니다.
즉, 모기와 바퀴벌레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자..
소 돼지 닭이나 모기 바퀴벌레 그 밖의 풀들이나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에서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보호가치 있는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을 구분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러한 기준은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일까요?
3. 인간이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과 그 기준의 합리성 검토
1) 인간이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인간이 먹어도 되는 생명과 먹지 말아야 할 생명, 그리고 보호해야 할 생명과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생명을
구분하는 기준은 근본적으로 '해당 생명이 가지는 가치'라고 봅니다.
즉, 어떤 생명의 가치가 높게 판단되면 보호하지만, 가치가 낮다면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과연 뭘까요?
바로 '인간에게 정서적 및 영리적으로 얼마나 가까운 존재인가'입니다.
먼저 인간이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판단하는 생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거나 신진대사의 활동이 인간과 비슷한 생명
- 인간을 잘 따르거나 인간생활에 맞게 최대한 순응하는 생명
개와 고양이의 경우는 위의 두 기준 모두 충족을 하죠.
소와 돼지 역시 두 기준 모두 충족을 합니다.
다만, 현대사회는 농촌보다는 도시 중심으로 생활양식이 이루어진다는 특징 때문에 소-돼지 보다는
개-고양이를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뿐입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포유류는 위 첫번째 기준, 즉 인간의 신진대사 활동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여겨 생명의 가치를 비교적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인간이 영리적으로 가깝다고 판단하는 생명은..
전형적으로 돈이 되는 식물 및 곤충이나 희귀생물이 되겠죠.
이러한 생명들은 정서적으로 가깝다기 보다는 영리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기에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2) 이러한 판단기준의 합리성 검토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이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일까요?
모기나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단지 인간과 정서적-영리적으로 가깝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생명가치가 매우 낮게 평가된다면,
모기와 바퀴벌레들은 얼마나 억울할까요?
이들 입장에서는 전혀 납득할 만한 판단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즉, 위의 판단기준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간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준으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을 평가하면서 살육 또는 학대 가능성의
암묵적인 잣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걸까요?
그렇게 되면 밤에 모기가 수면을 방해해도 잡아서는 안되고, 식사조차 해서는 안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즉, 비합리적인 기준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4. 결 론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정서적-영리적으로 가깝게 여기는 생명을 살육 및 학대로부터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행위인 것은 맞지만 이것을 포기하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생존문제와 직결되기에,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을
다룰 때 반드시 합리적인 기준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최대한 현실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다.'
즉, 인간 자체가 100%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데, 다른 생명을 다룰 때 뭘 그렇게까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느냐 하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왜 개와 고양이는 함부로 대하면 안되고, 모기와 바퀴벌레는 함부로 대해도 되는지를 논리적 또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즉,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측면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비합리적인 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해결이 될리가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왜 개고기는 안되고 소고기 및 돼지고기는 되느냐....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정서적인 측면보다 당장 배고픈걸 해결하는게 우선이기에 개든 소든 가리지 않고
먹었지만..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개가 소보다 더 친숙하고, 소 돼지 닭은 살면서 자주 접하는 일이 없으니 무의식적으로
식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점점 쌓이는 현상이 거의 일반화된 것 뿐입니다.
이것을 이중적이라느니 비합리적이라느니 하면서 욕하는 것은..
마치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너는 왜 앞을 못보냐'라고 따지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원래 생명의 가치는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인간의 생존 또는 편의를 위하여 이러한 원칙을 깨는 비합리적 측면이 암묵적으로 인정되었고,
점차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각 생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생존 이외의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됨으로써 개고기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 뿐인 것이죠.
개에 대해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면..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것을 합리적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한다면..
결국 생명의 가치 측면에서 깊게 들어갈수록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순적 결론에 도달할 뿐이죠.
비합리적인 것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