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삼권분립을 "명령"합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서로 간섭해서는 안 되며 압력을 행사해서도 안 됩니다. 박근혜는 국회가 하는 일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면 안 된다는게 헌법이 말하는 삼권분립 정신입니다.
여당이 대통령이 하라는대로 해야 돼요? 여당이 대통령 수족이에요? 그게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발상입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의견을 들어주기는 하겠지만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유승민이 박근혜에게 노여움을 샀다고 해서 청와대가 대놓고 사퇴를 이야기하고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는 이 상황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역사상 삼권분립이 부정당한 시기가 딱 한 번 있습니다. 오직 유신헌법만 삼권분립을 부정합니다. 즉, 박근혜는 지 애비가 했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신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놓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작태는 탄핵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군요. hyeuk 당신의 글도 시종일관 여당이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는데, 그게 탄핵사유라고요.
그리고 말은 바로 합시다. 박근혜가 유승민에게 격노한 계기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아니라 국회법 개정입니다.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더니 박근혜가 "여당 원내지도부"를 콕 집어서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핏대를 세웠습니다. 동의 못하겠으면 그 "배신의 정치" 발언이 대체 어느 타이밍에 나온 것인지 다시 찾아보시지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하며 이야기한 것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참고로 당시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시행령 남발하지 말라는 겁니다. 법이 필요하면 국회에서 만듭니다. 거대여당이니 법 만들기도 쉽겠지요. 그런데 박근혜는 그런 입법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퉁 칩니다. 보육대란을 야기한 누리과정도 법이 아니라 시행령입니다. 진상조사는 쏙 빠진 세월호 조사도 시행령입니다.
법을 만드는 것도 귀찮아서 시행령을 남발하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여당조차 납득 못할 괴랄한 법을 만들려니 시행령을 남발하는 걸까요? 뭐 그 외의 다른 경우의수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대놓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니까 여당조차 심기가 불편해져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안은 결국 삼권분립을 지켜달라는 여당의 완곡한 부탁입니다. 그것조차 여왕님은 뚜껑이 열려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승민을 찍어냈습니다. 그래서 결국 뭐다? 삼권분립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입법부에 개입했던 것이 당시 상황의 한 줄 요약입니다.
그래서 유승민이 사퇴할 때 헌법 1조 1항을 이야기했습니다. 민주헌법의 가장 중요한 정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은 유신헌법이 아니라 민주헌법이라는걸 제발 좀 깨달으라는 마지막 경고였다고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