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국민의당 발표대로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을 전제로 작성합니다.
* 안철수 사과의 모순
안철수 사과가 무책임하고 알맹이 없는 건 일단 차치합시다. 어차피 안철수는 지금 현역의원도 아니고 주요 당직을 맡은 사람도 아닙니다. 즉, 정계은퇴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면 사실 책임질 게 없는 것입니다. 모두 다 이유미한테 속은 피해자들이에요. 제보의 검증 같은 것을 논하기 전에 다들 피해자라는 겁니다. 책임질 것이 없으니 사과할 것도 없지요. 반대로, 사과할 것이 있다먄 책임질 것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사과를 하면서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지만 아무런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가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정계은퇴 말고는 책임질 수 있는 방법도 없어요. 그러면 본인이 정계은퇴를 원하지 않으면 애당초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나도 피해자라고 항변하면서 사과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사과는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답니다. 사과의 시기가 늦은 것도 맞지만, 일단 사과의 내용 자체가 모순됩니다.
* 사과할 것이 있다면?
그럼에도 안철수가 사과한 것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되었으니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인삿말입니다. 그 정도 인삿말은 사실 이유미가 소환되고 혐의가 드러났을 때 해도 됩니다. 그런데 버티다가 이준서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에 사과했거든요. 어차피 형식적인 인삿말만 하고 말 건데 왜 시간을 끌었을까요?
자, 국민의당의 주장대로라면 안철수는 이 조작사건에 개입한 인물이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면, 안철수뿐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가 사과할 일 아닌가요? 당 전체가 사과하지 않을 거라면 문준용 채용특혜를 입에 올린 당사자들만큼이라도 사과할 일 아닌가요?
콕 찝어 이야기합니다. 박지원은 안철수와 다를 게 뭐가 있나요? 조작된 제보만 허술하게 믿고서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네거티브를 펼치며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측면에서 박지원은 안철수와 다를 게 뭐가 있나요? 없습니다. 안철수가 사과할 일이라면 박지원도 사과해야 됩니다. 국민의당 전체가 사과해야 됩니다. 최소한 안철수처럼 "때늦은" "형식적인" "무책임한" 사과라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안 했죠. 박지원은 자기가 조작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대요. 니 목은 아무도 관심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아무튼 자기가 조작에 가담한 게 아니니까 사과할 일 없다는 거에요. 그러면 안철수는요? 자기가 조작에 가담한 게 아니라는 게 국민의당의 조사 결론인데 안철수는 왜 사과해요? 모순입니다.
* 모순을 이해할 키워드
이 모순은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됩니다. 호남패권. 입만 열면 친노패권 친문패권을 외치지만 실상 그들이 호남패권에 빠져서 눈이 먼 국민의당의 호남세력(우리는 그들을 난닝구라 부릅니다)의 작품이라고 보면 모든 모순이 풀이됩니다.
안철수는 독단적으로 사과를 할 수도, 부인을 할 수도 없던 겁니다. 자기가 사과하면 박지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전체가 사과하는 게 맞거든요. 그러니 사과를 하려면 당의 허락이 필요해요. 자기가 책임을 부인하면 박지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전체가 책임을 부인하는 게 되거든요. 행여라도 당 차원의 개입이 들통나면 당이 망할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러니 국민의당에서 진상조사해서 "당이 망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내리기 전까지는 안철수는 사과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입장인 거에요.
어쩌면 지금이라도 안철수가 사과한 것은 당의 의사와 무관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제자인 이유미에 이어 자기가 데려온 이준서까지 연루된 것을 보고서 내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겠다고 당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장을 밝혔을 수도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안철수는 팽 당하고 호남 세력들이 당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에 우호적이지 않으면서 민주당에는 적대적인 김종인파가 요직에 들어옵니다. 민주당은 까지만 호남이 해먹어야 되니 안철수는 견제해야 될 호남패권주의자들의 뜻대로 국민의당이 정리되었습다. 잠룡이 될 안철수는 싹을 잘라야 하고 호남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난닝구식 마인드로 이 사건을 이해하면, 결국 안철수가 늦게 사과한 것은 당의 입장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어쩌면 당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고를 쳤기 때문), 무책임한 사과는 당의 다른 호남패권자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으로 모든 게 명쾌하게 정리됩니다.
이 사건으로 안철수계가 잘려나가고 안철수만 외상을 입습니다. 정작 그들의 표현대로 "조작된 제보"에 입각해 연일 똥기저귀 찬 막말을 쏟아낸 박지원 등 호남파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안철수계를 다 숙청하고 호남파가 다 해먹겠다는 패권주의 말고 어떤 설명이 가능할지 되묻습니다.
* 박지원에게 요구함
뒤늦은 사과 후 안철수는 계속 욕먹습니다. 네, 욕먹을 사과 맞아요. 책임질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책임지겠다는 말장난이니까요. 그런데 안철수와 똑같은 입장에 있는 박지원은요? "조작된 제보"의 희생양이 되었을뿐 고의가 아니었다는 안철수와 똑같은 입장의 박지원은요?
추미애에게 목을 내놓을 필요 없습니다. 즉각 국민에게 목을 내놓으세요. 사실 할배의 노회한 목은 별 관심없습니다. 조용히 정계은퇴하세요. 그걸로 책임지세요. 그래야 안철수의 사과가 말이 됩니다. 박지원은 아무 책임도 사과도 없으면서 안철수만 사과해야 하는 것, 호남패권주의자들 때문에 안철수의 사과가 미루어진 게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들은 무관한 척 오히려 안철수계를 숙청하려고 두근거리는 것이 제일 역겹습니다.
* 안철수에게 요구함
나는 안철수가 이명박근혜처럼 뿌리까지 XX한 인간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헬조선의 기득권처럼 채용특혜 등 적절한 잿밥은 받아먹었지만 그래도 그 잿밥이 인생의 목적인 누구들과는 다르다고 생각은 합니다. 대통령하겠다고 깝치지 않고 본인의 영역에서 본인이 할 일을 하면 대한민국에 보탬이 될 재원이라 생각은 합니다.
그러면 선택하세요. 정계은퇴하고 본인의 영역으로 돌아가든지, 정치를 계속할 거면 이번에야말로 패권주의자들과 제대로 싸우든지. 정작 본인의 영역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면서 패권주의자들의 장기말 노릇만 계속 할 겁니까? 그래도 똑똑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는데 무엇이 당신의 눈을 멀게 하고 생각을 흐리게 한 겁니까?
패권주의자들에게 밀려 손발 다 잘리고 이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성깔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똥고집"만 느껴집니다. 노선을 분명히 하세요. 그러면 최소한 원래의 영역(교수)이든 집착하는 영역(정치)이든 당신의 자리는 있을 겁니다. 물론 정치에 발 담그고 눈이 멀어버리면 밑천 다 털리고 개망신당할 일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결론이기는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