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사상검증식 공세가 심화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의 ‘북한 주적’ 공세에 이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논란’이 또 불거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그 대열에 뛰어들었다. 대선후보들이 북핵 해결 방안은 강구하지 않고 철 지난 색깔론에 매달리고 있으니 무책임하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생명이 걸린 대선후보의 안보관은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특정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려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란 중인 사안들은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문제를 제기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주적 문제는 이명박 정권 때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으로 정리된 바 있다. 국방백서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북한이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이면서 교류·협력 및 통일의 대상이기도 한 모순적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 이를 모를 리 없는 유 후보가 문제 삼은 것은 보수표를 의식한 색깔론에 불과하다. 뒤늦게 논란에 가세한 안 후보 역시 지지율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시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관련 증거는 새롭게 문제 삼을 만한 사안이 못 된다.
이런 이념공세는 각 후보의 과거 행적에 비춰봐도 말이 안된다. 예컨대 홍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뒷돈을 주며 정상회담을 구걸할 때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유 후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주적’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저자세 편지를 보낼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두 사람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방치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오에 대해 사과부터 할 일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주적 논란에 앞장서고도 ‘DJ의 적자’를 자처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조기 대선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이뤄진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정농단을 초래한 구태와 적폐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로 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근거없이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행위 역시 청산해야 할 구태이자 적폐다.
북한을 비방한다고 안보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대단히 엄중하고 혼란스럽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으로 동북아 정세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 대선후보들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 경쟁이 아니라 한반도 위기에 대한 해법을 놓고 겨루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안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