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가결되고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입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이라 다들 한 발 디디기도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합니다. 여기저기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다들 확신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에서야 새로운 영국 총리가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브렉시트의 핵심인 리스본 50조 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국내에서는 여기저기서 1)브렉시트는 이미 끝났고 2)찻잔속의 태풍이었으며 3)브렉시트가 오히려 영국의 양적완화 등을 이끌며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를 이끌어 내 자산시장의 상승장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황당하게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끝났다니 이 무슨 해괴한 상황 인식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 증시가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는 게 그 주장의 토대가 되고 있는데, 그 사람들 눈에는 증시가 올라가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건 보이지 않나 봅니다.
브렉시트 여파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린 글로벌 자금은 미 국채를 역대 최저 수익률(역대 국채 최고 가격)로 내 몰았습니다. 하지만 6월 비농업 고용 서프라이즈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자 많은 자금이 국채를 탈출(국채 수익률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고 그 탈출한 자금이 증시에 몰린 결과가 현재의 역대급 미 증시입니다. 미 증시는 현재 어닝 발표시즌이고 바이백(자사주 구입매각)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그 사람들 주장대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아닙니다. 단기 유동성 랠리인 겁니다.그나마 증시 투여 자금은 국채에서 빠진 자금 중 30%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현금성 자금 보유분입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은 이러한 흐름에서 이익을 챙기는 그 유명한 단기성 헷지자금들 입니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핵심 사안은 브렉시트와 미 금리인상 입니다. 미국은 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육참골단의 상황입니다. 각종 지표들을 보면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목전에 있습니다. 6월 대형은행들의 마지막 스트레스 테스트(美연준 스트레스테스트, 33개 은행 중 도이체·산탄데르 불합격)를 통해 이미 마지막 점검까지 마친 상태며 6월 FOMC 회의에서 보듯 내부적으로도 매파의 주장이 한껏 올라온 상태(Six Fed banks called for discount rate hike: minutes)입니다. 하지만 브렉시트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터진 겁니다. 연준의 금리인상을 제어하는 큰 사건입니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여파로 지목되는 건 EU의 붕괴, 안보문제 등 다양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로인한 유럽내 대형은행들의 붕괴입니다. 벌써 이탈리아 은행권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고(간과하는 바 이탈리아는 G7 국가중 하나입니다), 며칠전 IMF는 공개적으로 독일의 도이체방크, 스위스의 크레디트 스위스, 영국의 HSBC를 파생상품 익스포져 위험 은행으로 지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파생상품은 국경이 없습니다. 이들이 디폴트를 선언하고 동시에 파생상품 디폴트가 선언되면 미국 대형은행들이 그 여파를 견딜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도 이 정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경지입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가치가 폭락을 한 것도 연준이 브렉시트를 경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참고로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알려진 것만 50조 달러(도이체방크 29일 대규모 혁신안 발표 예정)가 넘습니다.
만약 이러한 위험이 사라진다면 미 연준은 즉시 금리인상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올해초 경험했던 것 이상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의 유동성이 눈에 잡히듯 줄어들 겁니다. 유동성의 축소에 따른 결과는 이 역시 전인미답입니다. 인류는 양적완화의 끝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브렉시트가 이를 제어하고 있을 뿐이며 브렉시트의 위험이 사라지면 이 위험들은 현실이 됩니다.
결국 1)브렉시트는 이미 끝났고 2)찻잔속의 태풍이었으며 3)브렉시트가 오히려 영국의 양적완화 등을 이끌며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를 이끌어 내 자산시장의 상승장이 시작됐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브렉시트가 없다면 미 금리인상의 위험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브렉시트의 종료와 국내증시 및 자산시장의 강력한 상승 장세 얘기는 어째서 나오는 걸까요??
원화의 최근 환율은 어쩌면 이러한 질문에 답을 줄지도 모릅니다. 이제까지 원화는 국내 경제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해 달러, 엔, 유로, 파운드 등 기축통화 그룹과 경제 의존성이 높은 위안화의 변동성에 연동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특히 브렉시트 가결 후의 원화의 변동성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합니다.
브렉시트 후 글로벌 경제의 혼란을 반영하듯 달러와 엔은 강세를, 파운드와 위안, 유로는 약세를 띱니다. 그런데 원화는 독야청청 합니다. 홀로 모든 통화에 강세를 유지합니다. 보통의 흐름이라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띠고 올해초처럼 위안화의 약세와 발을 맞췄을 것인데 달러에 대해서마저 강세를 유지합니다. 마치 원화가 기축통화인 듯한 착각이 듭니다.
판단컨대 이러한 현상은 한국은행이 저환율(평가절상) 정책을 추진중이거나, 아니면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임무중 하나인 환율 조정 자체를 포기해 소로스 등의 대형 환투기 세력에 무방비로 환시장을 오픈 했거나 둘중의 하나로 생각되는데...달러를 태워 원화를 사는, 결국 유동성을 줄이는 저환율 정책은 최근까지 금리인하로 유동성을 늘렸던 한국은행의 정책을 볼때 가능성이 낮아 보이므로, 후자인 환율 조정 자체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환율 조정 자체를 포기한 이유는 저로써도 알기가 어렵습니다만 국내증시 및 자산시장의 강력한 상승 장세 주장과 최근 환율의 독야청청 흐름은 '국내 금융시장의 굴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면이 많습니다. 한국경제의 굴기를 보여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증거들임에 틀림없기도 합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또다시 각자도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보고 궁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시 한 번 영어공부하시고 최대한 많은 정보 접하셔서 이 지난한 위기를 슬기롭게 탈출하시길 빕니다. 정말 개.돼지가 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