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찰정창이 고 백남기 씨 및 유족들에게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질서와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경찰이...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진압을 가지고 되려 사과를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습니다.
2015년 11월 14일에 발생한 자칭 '민중총궐기' 시위는 명백한 불법 폭력집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이 다들 안나는 것인지 고 백남기 씨를 무슨 '열사'로
대우하면서 추모하는 분위기인듯 합니다.
지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처럼 평화롭게 집회를 전개했다면..
경찰 측에서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살수차를 동원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과 의경 입장에서는 살수차 및 물대포야 말로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인 셈입니다.
(살수차 동원규정 자체는 헌재에서 합헌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만약 당시 경찰이 물대포를 쏘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경찰버스들이 파괴되고 더 많은 의경들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을 것입니다.
당시 의경들이 많이 다치고 피해를 입은 것을 생각해서라도 경찰청장은 절대 폭력집단에 사과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 2015년 11월 14일의 1차 '민중총궐기', 박사모 폭력시위와 뭐가 다른가?
지난 3월 탄핵 인용 이후 박사모 측에서 폭력시위를 전개했고, 그 과정에서 무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박사모 측에서는 이들 사망자에 대해 '애국시민'이니 '순국'을 했다느니 하면서 얼척없는 태도를
보였습니다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지어 '팀킬'이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박사모의 폭력집회를 비웃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박사모 집회 사망자의 유족들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요?
박사모 측에서 '경찰이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하면서 떼를 썼던 것과는 달리,
정작 사망자의 유족들은 정광용 박사모 회장을 고소했습니다.
즉,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을 경찰이 아니라 박사모 측의 폭력집회 유도행위로 본 것입니다.
이와 달리...
고 백남기 씨의 유족들은 당시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던 한상균 위원장이 아닌,
경찰에게 책임을 추궁하면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해왔습니다.
같은 폭력집회로 인한 사망임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의 태도가 이처럼 180도 다릅니다.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와 박사모의 집회가 대체 무엇이 달랐을까요?
혹자는 고 백남기 씨의 경우 고의적인 직사살수로 인해 사망을 한 것이고, 박사모 집회의 경우
가만히 있던 스피커가 떨어져 사망한 것이기에 다른 경우라고 설명을 합니다만...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경찰 측에서 스피커를 버스 위에 놓은 것 자체도 위법행위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보통 폭력집회 현장에서는 경찰버스를 흔드는 행위가 다반사인데, 이 상황에서 경찰버스 위에 스피커를
올려놓았다는 것 자체가 박사모 시위대를 고의로 죽이려 했던게 아니냐고 박사모 측에서 따져도
할 말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위 혹자의 논리대로라면 집회 현장에서 경찰 측이 행한 모든 행위들을 위법행위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몰론 고 백남기 씨에 대한 직사살수 행위는 법원 판결에 의해 위법행위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위법행위의 판결은 국가배상의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이지, 당해 행정기관이 유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근거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불법폭력집회 역시 위법행위인건 사실이며, 결과적으로 경찰과 '민중총궐기'주최 측
쌍방이 서로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입니다.
그렇다면 쌍방이 불법행위의 주체인 상황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부터 선행되어야 도의적 측면에서 타당한 행위 아닐까요?
'민중총궐기' 주최측의 불법행위로 인해 당시 집회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의경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었으면서,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만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추어 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국민의 관계에서 국가의 불법행위만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만..
쌍방이 불법행위의 주체인 상황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할 때에는,
먼저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소명 및 사과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상대방에게도 역시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 사과의 대상이 꼭 고 백남기 씨와 그 유족들이어야 하는가?
어쨌든 오늘 경찰청장이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만...
고 백남기 씨의 유족 측에서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자신들에게 찾아와서 직접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유족은 무슨 벼슬이 아니며, 유족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당해 행정기관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권리도 없거니와, 행정기관의 사과를 판단할 권리 역시 당연히 도출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찰의 직사살수행위
자체는 위법하다는 판시를 하였습니다만,
당시 살수차를 동원하고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전체적인 진압과정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즉, 당시 살수차를 포함한 물대포 운용을 규정한 경찰청의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해서는 헌재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정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경찰이 비난을 받아야 할 부분은 가이드라인을 보다 충실히 따르지 않은 관계로
물대포를 잘못 발사했다는 점이지, 물대포 살수행위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경찰청장의 사과는 당시 가이드라인을 보다 충실히 따르지 않은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사과로 해석함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당시 쇠파이프와 돌이 날아오고 경찰버스가 무단으로 파괴되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경찰측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계적으로 물대포를 살수하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유족들과 몇 몇 정치인들은 당시 물대포 직사살수가 고의적이었다면서 경찰을 비난했지만,
당시 경찰이 고의적으로 직사살수를 했는지 아니면 과실에 의해 직사살수를 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서울 중앙지법이 '고의든 과실이든 직사살수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는 것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점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에서는 고의 과실 구별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찰 측이 고의로 고 백남기 씨를 죽이기 위해 직사살수를 했다
뭐 이런식으로 경찰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태도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대로 경찰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는 절차적 위법성 측면에서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 될 일이지, 고의로 고 백남기 씨를 사망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유족들이 요구하는 방향대로 일일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경찰이 당시 고 백남기 씨를 고의적으로 노려서 직사살수를 했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
경찰이 직접 유족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 따른다면, 당시 경찰이 고의적으로 노려서 직사살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위법성이 인정된 부분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 뿐이므로, 결국 경찰은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 될 일인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청장의 이번 사과는 법원 판결대로 물대포 살수에서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 사과를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이러한 사과는 너무나도 당연하며 타당한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이 진정성이 없다느니 받아들이지 않겠다느니 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인
것이죠.
어쨌든..
경찰청장의 이번 사과 자체는 폭력집단에 대해 굴복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럽긴 하지만,
법원의 판결대로 사과한 점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