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좋고 어감도 좋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국가(정부)가 해야 할 일도 많고 국민인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모두가 “남의 탓”을 찾는 일에만 바쁜 양상이다. 어떤 일(사업)이든 상대가 있고 관련 인물이 있기 마련이고 일이나 사업의 성공 여부는 사람간의 협력과 소통 정도에 따른다는 것을, 말만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협력과 소통은 인간의 이타(利他)주의 보다 강한 이기(利己)주의 본능 때문에 절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가능한 협력과 소통의 최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일(사업)과 관련된 모든 사회 구성원의 능력(能力)과 자질(資質)이다. 다른 사람의 눈물이 나의 행복의 징표가 되어도 좋다면 결국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인 각박한 현실만 남는다.
50여년도 전에 미국 국민들에게 “국가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물어 달라”고 한 어느 대통령의 연설은 당시에도 명연설로 감명을 주었고 앞으로도 명연설로 회자될 것은 분명하다. 자신이 할 일을 명확히 알고 맡은 소임을 다 하고 있는 지도자가 자신이 동료라 생각하는 국민들(실제로 fellow citizen이고 국민을 피지배자로 보는 개념은 없다)에게 이제는 국민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언가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해야 할 일에 참여해 달라는, 마치 협력과 소통이 잘 되는 친구나 직장동료 간의, 대화이거나 호소 같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협력과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피와 땀으로 이 땅의 자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부는 아직도, 국민의 세금을 공돈처럼 만지작거리고 있는, 투쟁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조그만 이해관계의 상충에도 일단은 결사반대의 깃발을 들고 항쟁을 다짐하며 반대급부를 챙기려 한다. 능률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제 호주머니 안의 돈이 아닌 공금의 적당 액을 그 것도 사적인 아닌 공적인 용도로, 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잘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거나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즐기고(관과 민의 협력과 소통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잘 안되면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지만 묵인된 관행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선에서 협력과 소통은 종결된다.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또 하나의 사례로 자신들의 안위와 직결되는 국가방위를 위한 군사 시설 운용 문제가 있다. 자주 국방을 담당하는 국군을 위한 군사기지 등 군 시설은 다른 지역에만 있어야 한다면,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국방 혜택은 감사히 받겠지만 국방을 위해 부담은 지기 싫다는 태도이기에 협력과 소통은 아예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위정자의 입장에서 이해 관련 국민을 생각하면 먹이 앞에서 꼬리를 치거나 꿀꿀대는 개나 돼지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이나 짐승의 공통된 습성을 전제(前提)로 하여 우리가 개나 돼지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면 반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과연 이 세상에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개나 돼지 같은 아니면 더 나아가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내 이웃에도 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일을 겪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을 개, 돼지와 비교한 사건을 좀 “덜 떨어진 우국지사(憂國之士)”의 울분 토로 정도로 보고 싶다. 훌륭한 우국지사는 정상배(政商輩)에 이용당하는 몇몇 인간을 경계하기 위해 비유했겠지만 속칭 “오버”하는 사람은 꼭 있다. 엉뚱한 일의 발생도, 사업의 실패도 함량 미달의 사람이 원인일 때가 많기에 경계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