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연령 16세 하향안 제기…보수 反ㆍ진보 贊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최근 선거권 제한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것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ㆍ도교육감 선거에 한정해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6세 이상까지 낮추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학교 현장 및 교육계 각 단체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가능 연령을 대선이나 총선보다 더 낮은 만 16세로 정하자는 주장은 수도권 지역 교육감들로부터 시작되는 모양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지난 5일 2017년도 서울교육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교육감 선거는 아에 만 16세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이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심지어 최근 이 교육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육감 선거 참여 가능 연령을 만 16세까지 낮추는 방안을 구체적인 새해 계획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교육관련 단체의 입장은 선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보수성향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울타리 내에서 정치 문제를 논의할 길을 공식적으로 열어줄 경우 교육적인 부작용이 클 것으로 여겨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촛불집회에 참가한 중ㆍ고등학생들이 일명 ‘촛불세대’로 불리는 시점에 진보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두 교육감이 선거권 하향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눈치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촛불세대가 적극 행동에 나섰던 것은 무너진 공적 시스템을 복구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선거권 하향으로 연결하는 것은 이들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거권 연령 하향과 관련해 중ㆍ고교생들조차 현행 유지를 더 원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5 아동ㆍ청소년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ㆍ고생(7518명) 설문 결과, 중학생들은 현행 유지 49.5%, 하향 조정 24.9%, 고교생들은 현행 유지 55.1%, 하향 조정 23.8%로 나타났다. 한국교총 측은 “선거 연령 하향 문제는 학교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단순히 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육적인 판단이나 국민적인 합의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며, 발생 가능한 부작용까지도 꼼꼼하게 사전 점검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선 교육감 선거의 경우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만 16세로 선거 가능 연령을 하향하는 것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들도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데 일정 부분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교조의 오랜 요구사항”이라며 “촛불집회를 통해 학생들이 더이상 민주시민이 될 ‘연습’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임을 보여준 만큼 민주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되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까지 선거권이 확대되는 것이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전교조 측은 “교육감 선거는 공직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 만큼 후보자들도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31ㆍ여) 씨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만 16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한국과는 정치ㆍ교육 체제가 많이 다르다”라며 “고1 때 공통사회를 배워 사회 전반적인 이해를 높인 뒤 만 17~18세가 되는 고2~3 때부터 투표권을 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내 한 고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박모(48) 씨는 “이미 정치ㆍ이념적 대결의 장이 된 교육감 선거에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학생간은 물론 교사들간의 정치ㆍ이념 갈등이 더 깊어질까 염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