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세계화와 그 불만>.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2년 펴낸 책의 제목이다. 그는 이 책에서 국제무역과 자본이동으로 대표되는 세계화가 개도국의 성장을 촉진하지 못했고 불안정을 심화시켜 많은 사람의 불만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세계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 노동자들이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고 신고립주의를 외치는 극우파 정치인들을 지지하며 세계화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파 정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이러한 변화는 세계화가 크게 진전된 최근 30년간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과 관련이 크다. 영국에서는 금융이 주도하는 런던과 제조업이 몰락한 지방 사이의 격차와 함께 빈부격차가 계속 확대되어 왔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전 세계의 불평등>이라는 책을 펴낸 뉴욕시립대의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1988년 이후 20년 동안 선진국의 중간층 이하 노동자들의 소득은 정체되었던 반면 세계 인구에서 최상위 1%와 중국 등 아시아 개도국의 중산층 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그는 이러한 비대칭적인 세계화의 이득이 선진국 노동자들의 분노의 배경이며, 불평등의 심화가 금권정치 아니면 포퓰리즘으로 이어져 민주적 자본주의의 기반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반세계화 주장은 1999년 시애틀 시위에서부터 확산되었지만 사실 선진국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마도 세계화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이득이 그 악영향보다 컸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제무역의 비중이 높은 나라가 정부지출의 규모가 큰 데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 정부는 사회복지를 통해 세계화의 패자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주류경제학 연구들은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를 세계화가 아니라 급속한 기술변화에서 찾았다.그러나 날이 갈수록 정부의 재분배 역할이 약화되고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취리히연방공대의 에거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전 시기와는 달리 1990년대 후반 이후 선진국들에서 세계화와 함께 소득상위층의 세금부담은 줄어들고 중산층의 부담이 더 커졌다. 또한 최근 경제학의 실증연구들은 중국과의 무역이나 역외생산의 확대가 선진국 노동자들의 임금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다. 그러고 보면 세계화가 현재 직면한 역풍은 자본에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하여 힘을 강화시킨 세계화 과정이 자초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세계화가 기술혁신을 자극하는, 소위 내생적인 기술변화를 고려하면 세계화의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무역과 투자를 위축시켜 세계화의 행진을 가로막았고, 그로 인한 불황과 긴축정책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불만은 이제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고립주의의 확산은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을 따라잡기 시작한 개도국들에도 나쁜 소식이다. 이는 또한 그것을 선택하는 선진국의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불안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필요한 것은 이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포용적인 세계화의 길을 모색하는 일이다. 브렉시트 과정은 이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지만, 그 노력이 실패한다면 21세기는 또 하나의 극단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