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해 신동욱 살해모의 녹취록 파문

박근혜 대통령은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제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신동욱 총재와 결혼할 때도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당시 박근령 전 이사장은 눈물을 보이며 “잘 살아서 언니에게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신동욱 총재가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 박지만 EG 회장과 고소전을 벌이다 결국 옥살이까지 하게 된 것이다. 2013년 2월 출소한 신동욱 총재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낼 것을 다짐했다. 그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지금 반전이 예고됐다.
신동욱 총재를 살해하려했던 A씨가 양심고백을 했다. 한때 육영재단에 몸담았던 그는 박지만 회장과 참모 진영에서 신동욱 총재에 대한 살해를 모의하고, 청담동 납치사건을 지휘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유는 하나다. 신동욱 총재가 당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표를 깎아 먹는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A씨는 “미얀마에 가서 총으로 살해하려고” 했으나 박지만 회장을 만나기 위해 청담동 자택을 찾은 신동욱 총재를 납치한 뒤 행동거지에 주의를 주고 풀어줬다. A씨는 CBS노컷뉴스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신동욱 총재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 ‘대통령 후보’ 박근혜 위해… 살해 지시 증명할 녹취록 등장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존재했다. 녹취는 2008년 7월11일 이뤄졌다. 신동욱 총재가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 회장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 사건과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는 관련 내용을 온라인에 게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A씨는 신동욱 총재의 무죄를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할 계획이었으나, 회유 압력을 받고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A씨와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박용철 씨가 살해를 당했다는 점이다.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이자 박지만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 신동욱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박지만 회장이 육영재단 폭력사태와 납치사건 등에 연루돼있다고 주장하다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징역을 살았다. 하지만 신동욱 총재의 무죄를 증명할 증언과 녹취록이 나왔다. <뉴시스> 녹취록에는 박씨도 등장한다. A씨의 지시를 받고 신동욱 총재를 납치한 일당 중 한 사람이 바로 박씨였다.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박지만 회장을 충실히 모신 비서실장 정모 씨로부터 34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포함됐다. 특히 박씨는 신동욱 총재를 중국 청도로 데려가 유흥업소에서 마약 복용 및 성매매를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역시 한나라당 경선을 앞둔 2007년 7월에 발생했다. 그해 신동욱 총재는 중국 청도와 서울 청담동에서 납치를 당하며 죽음의 위기에 맞닥뜨려야 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신동욱 총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박씨는 신동욱 총재의 재판에서 줄곧 박지만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심경의 변화를 겪은 뒤 박지만 회장의 살해 지시가 담긴 녹취록과 살인청부 비용을 통장으로 보내준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법정에 서지 못했다. 그는 2011년 9월 북한산 주차장에서 참혹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전날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사촌 형 박용수 씨였다. 얼마 뒤 박씨 또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북한산 중턱에서 목을 맸다. 경찰은 평소 금전관계 등으로 갈등을 빚은 두 사촌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종결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공교롭게도 박용철 씨가 박지만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때에 살해된 데다 ▲박용철 씨의 휴대전화가 사라진 점 ▲박용철-박용수 씨 모두 수면제를 복용한 점 ▲사건 관련 폐쇄회로화면(CCTV)이나 통화내역이 드러나지 않은 점 ▲범행도구에 지문이 남아 있지 않은 점 ▲박용수 씨가 자살 직전 설사약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 제3자의 존재 가능성을 높였다. 관련 내용은 오는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밝혔다. 평소 왕래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