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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는 박근혜에 관심을 가지고 박사모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고
글도 써 올리고, "아이도 안 낳아본 여자가 무슨 정치를"이란 여론이
표를 깎아 먹는 데 대해 "그럼 형사는 모두 도둑놈이 되어 봐야 도둑을 잡을 수 있나?"라며
박후보를 옹호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도 예사로
하는 것을 보며 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고, 박에 대해 다소 비판 적인 글 탓에
어느날 보니 박사모에서 강퇴되어 있었다.
반기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그가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될 때만 해도 나는 대단한 기대를 걸었다.
그가 사무총장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누가 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기대를 한 것은 남북 간의 통일을 시키든지, 혹은 최소한 긴장완화라도
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유엔사무총장을 연임하는 그 긴
기간동안, 적어도 내가 볼 때, 털끝만큼도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었다.
우리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아작살 낼 때도 그는 반대는 커녕 대통령과 한 통속이
되어 있었다. 위안부 합의 때나 사드 발표 때도 대통령이나 정부의 결정을 완전 동조 그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귀국하여 새누리당에 입당, 19대 대통령의 새누리당 후보를 생각하고 있었었을 것이고
그런 행보에서 전직 대통령의 지원 내지 배경은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귀국할 싯점에 대통령도 여당도 그를 받쳐줄 배경이 못되었다. 갈등은 여기서
발생한다. 촛불은 찬양했지만, 사드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서 정부 여당과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할 지 난감해진 것이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그저께 화를 벌컥 내는 모습을 보였다.
질문하는 기자들을 향하여 "나쁜 놈들"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 "화려한 호텔에서 잠자던 사람이 화장실이 하나 뿐인 여관에서 잠도 잔다."고 하며
그런 노력을 전혀 몰라주고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태도였다.
요즘 방송이나 언론에서 흔하게 접하는 말로 "서민 코스프레"가 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친 서민적임을 보여줘야 한다.
왜냐하면 서민들은 힘은 없지만 표는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 잠룡이 뼛속까지 서민이라면
서민 코스프레가 필요없으리라.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분은 태도 웃음 걸음걸이 말투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다듬고 가꾸어도 '촌티'를 벗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군들 혹은 대통령들은 아무리 서민 코스프레를 해봐야 그들은 천성 귀족계급이었다. 반기문도 마찬가지라 하리라.
자신이 전혀 서민이 아니면서 친서민임을 보이려다 보니 자꾸만 실수가 터지는 것이다.
지하철 표를 끊을 때 터진 실수 같은 경우란 애교로 봐줄 만한 일이었다.
우리 나라 지하철을 타보지 않은 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얼마짜리 표를 끊어야 할 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안내를 받을 일이고, 그런 일에 실수가 터졌다면, 그걸 실수로 인정하면 될 일이다. 난 그런 것에 능숙한 사람이고, 나만큼 친서민적인 사람도 없다는 것을, -실제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 보여주려 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나는 이 분에게 부탁하고 싶다. 좀 진실하라고. 오랜 외국생활, 외교관 생활에 젖어 있던 분임을 온 국민이 다 안다. 모르면 물으면 된다. 그리고 당신이 서민임을 국민들이 요구하지도 않는다. 국민들은 당신의 진실을 보고싶어 할 뿐이다.
어찌 기자뿐이랴. 국민들의 대다수가 당신에게서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지할철 표를 끊을 줄 아느냐?" "달걀 한 판에 얼마하느냐?" 등이 아니라 "사드 배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견해는" "통일을 위해 무엇부터 하려느냐" "개성공단을 어떻게 보느냐" 등이다. 이러한 질문은 아마도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당선되어 대통령 직을 수행 하는 내내, 혹은 낙선하거나, 대권 꿈을 접거나 할 때까지 따라다닐 것이리라.
어쩌면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익히고 단련해야 할 그 문제을 앞에 놓고 기자를 향해 "나쁜 놈들"이라고 일갈하였다면, 반기문씨, 당신은 참으로 큰 실수를 했소. 어찌 그런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