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다. 재벌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인사로 평가한다.김상조 교수는 흔히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린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재벌기업들의 탈법·불법 상속과 낡은 지배구조 등에 쉼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2015년 6월부터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서 김광두 원장의 국가미래연구원과 함께 1년 넘게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를 열어 현실적인 경제개혁 방안을 모색했다. 개혁 의지를 확고히 갖추고, 현장도 잘 안다는 점에서 적임자 중의 적임자를 선택했다 할 만하다.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은 크게 보아 경쟁 촉진, 소비자 주권 확립, 중소기업 경쟁기반 확보, 경제력 집중 억제다. 우리나라 경제는 소수 재벌기업으로 경제력 집중이 갈수록 가속화돼왔다. 새 공정위원장에겐 독점 대기업이 거래기업에 부리는 횡포를 차단하고, 시장 경쟁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숙제다. 관행화된 담합을 뿌리뽑아야 한다. 재벌기업 지배주주들은 혁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기업 수익을 편법으로 빼가거나 탈법·불법으로 재산을 승계한다. 이 또한 세상이 변했다고 할 정도로 고쳐야 한다. 재벌을 합리적으로 억제하지 않고서는 경쟁이 살아날 수 없고,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재벌개혁은 불의를 시정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독과점 권력에 포획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 위원회 조직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공정거래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데,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잦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도 솜방망이고, 소송에선 패하기 일쑤다. 은퇴한 관료들이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들어가 공정위를 움직이고 법조계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국내 최대 재벌기업의 총수가 뇌물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경유착이 낳은 불행한 결과다. 재벌기업은 압력에 밀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낡은 과거와 결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무산된 상법 개정을 서둘러 새로운 제도와 질서가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