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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론자들은 미신에서 깨어나라”
덴마크 통계학자 비예른 롬보르그의 도발적 문제 제기
연세대 조영일 교수
지구온난화에 따라 빙산이 녹아 땅이 물에 잠긴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지구는 식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비예른 롬보르그는 이런 ‘당연한 상식’에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딴죽을 걸어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덴마크의 통계학자다. “환경위기론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과장됐다”고 성토하는 그의 ‘회의적 환경론’이란 과연 무엇인가.
”환경론자들은 미신에서 깨어나라”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으면 엄청난 재앙이 닥친다는 상식과는 반대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 9월4일까지 10일간 열린 WSSD(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에서 국제환경단체 대표들은 합의된 이행계획 내용이 ‘선언만 가득한 부실덩어리’라며 집단 퇴장했다. WWF(세계야생생물기금)는 WSSD를 ‘부끄러운 거래를 한 세계정상회의(The World Summit of Shameful Deals)’라 해석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 이행계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예른 롬보르그가 떠오른다. 자유기업원의 권혁철 정책분석실장은 “요하네스버그의 유일한 승리자는 롬보르그”라고 말한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이행계획 주요 내용이 롬보르그의 제안과 같은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책 ‘회의적 환경론자(The Skeptical Environ mentalist: Measuring the Real State of the World)’의 저자인 롬보르그는 환경위기론자들이 내세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같은 대책보다 한층 중요하고 긴급한 실질적 사안이 수십억에 이르는 사람들의 위생환경 개선이라 주장해 왔다.
그런데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미국까지 합세하여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주요 이행계획이 ‘깨끗한 식수와 적정한 위생시설 없이 사는 사람 수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비예른 롬보르그는 누구고, 그가 말하는 ‘회의적 환경론’이란 어떤 의미일까.
1965년 출생, 1994년 코펜하겐대학 정치학박사, 1994년 아르후스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통계학 부교수. 프로필로만 살펴본 롬보르그는 패기 넘치는 30대 학자다. 그러나 2001년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내일의 세계지도자’로 선정됐고 2002년에는 덴마크 환경평가연구소 소장에 취임, 같은 해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50인의 유럽 스타’에 선정되는 등의 이력은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슈메이커임을 짐작케 한다.
한때는 그린피스 회원이었던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환경운동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덴마크 주요 신문에 4편의 칼럼을 발표한 1998년부터. 널리 상식으로 자리잡은 ‘환경에 관한 통설’에 이의를 제기한 이 칼럼을 둘러싸고 유럽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그의 저서 ‘회의적 환경론자’가 케임브리지대 출판부를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논란은 한층 거세졌다. 3000여 건에 이르는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저술은 독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이후 그는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ABC’ ‘CNN’ 등 언론매체의 환경 논의에 참여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는 일은 우선 그가 말하는 ‘회의적 환경론자’의 개념을 따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옳겠다.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걱정하고 우리 후손의 건강과 복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환경론자’이고, 낙관이나 비관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세상의 진상을 알려 하기 때문에 ‘회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7년 LA의 한 서점에서 줄리언 사이먼 당시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환경에 대해, 이른바 ‘환경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이후 통계학을 이용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공동목표에 참여하기 위해 자료와 정보 수집에 나섰다.
사이먼과 엘릭의 내기
롬보르그에게 변신의 계기를 제공한 사이먼 교수 역시 처음에는 자원과 환경, 특히 인구가 큰 문제라 생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관련자료와 사실을 조사할수록 진실은 ‘통설’과 전혀 다르다는 점만 더욱 명백해져서, 결국은 진실에 굴복하여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사이먼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일화는 ‘인구폭탄’의 저자인 폴 엘릭과 벌인 ‘내기 사건’이다.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위기가 세계를 위협하면서 언론매체는 물론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조차 온통 로마클럽이 주장한 ‘성장의 한계’ 이론에 동조했다. 이때 사이먼 교수는 그와 같은 통설에 반하는 예측으로 반기를 들었다.
인구가 증가해도 천연자원의 희소성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연자원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한 희소성이 낮아져 그 실질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 주장했다. 사이먼 교수는 이 예측에 대해 누구든지 내기를 걸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서둘러 응했던 것이 바로 “엄청난 인구폭발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던 엘릭이었다. 1980년 9월29일, 이들은 크롬, 구리, 니켈, 주석, 텅스텐의 다섯 가지 천연자원을 선택하고, 각각 200달러씩 합계 1000달러어치에 대해 내기를 걸었다. 그런데 10년의 만기가 도래한 1990년에 내기에 진 쪽은 ‘뜻밖에도’ 사이먼이 아니라 엘릭이었다. 해당 천연자원의 가치가 10년 동안에 무려 60% 가까이 하락했던 것이다. 엘릭은 가격 하락분에 해당하는 576.07달러를 사이먼에게 보내야만 했다.
구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리 자체가 아니라 구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술이 창의적으로 발전해 통신선로용 구리를 광섬유가 대신하고 다시 무선통신이 대체하게 되면서 구리 자체의 유한성은 무의미해졌다. 다이아몬드를 사재기했던 미국 정부가 인조 다이아몬드의 출현으로 큰 손해를 입은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이 그런데도 환경위기론자들은 가치가 계속 감소하는 구리와 같은 자원을 남겨서 후손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것이 사이먼의 주장이다. 희소성이나 유한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파이의 확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사람들은 핸드백용 악어가죽이 모자라면 악어를 기르고 제지용 펄프가 부족하면 나무를 심는다. 광어나 장어 양식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연의 자정능(自淨能)이 모자라면 하수처리장을 설치한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 언젠가 핵융합 발전(현재는 핵분열)이 실용화된다면 에너지자원으로서 화석연료의 유한성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이산화탄소 문제도 옛이야기가 된다.
이와 함께 사이먼은 창의적 인간이야말로 사회를 번영하게 하는 ‘근본자원’이라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핍된 ‘종말증후군’이야말로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오염이며 재앙 중에 재앙이라는 것이다.
이제 사이먼과 롬보르그 등 기존 상식에 반기를 든 이들의 의견과 논거를 빌려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환경종말론’의 근거를 과학적인 논증을 통해 비판해보기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처방은 근본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 [검증 ①] 지구는 만원인가?
흔히 인구가 ‘그림1’처럼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림2’처럼 기술혁신 등 특별한 계기에 따라 증가한다. 즉 인구증가는 기술발전의 긍정적 결과물이다.
지금은 서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지만, 이호철의 장편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동아일보에 연재될 당시의 서울 인구는 100만명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소설이야 밑바닥 인생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것이었지만, ‘지구는 만원’이라는 심각한 경고는 종말론자들의 오래된 구호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시각과 ‘호들갑’은 절대적으로 타당하고 분명한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혹 지나치게 시야가 좁거나 시정이 짧은 단견은 아닐까.
가장 오래된 주장 가운데 하나는 358 페이지의 ‘그림 1’과 같은 것이다. 사람을 시험관 안의 박테리아와 같은 것으로 보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다 보면 조만간 지구는 서 있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붐빌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잘못 이해한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은 에이즈다. 에이즈에 걸려서 전세계 인구의 반이나 3분의 2가 사라지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맬서스 등 초기 ‘인구종말론자’들은 “굶주리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줘야 하겠지만, 새로운 작물을 만들어 이 붐비는 지구에 수십억 명이 늘어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7월 지구 인구가 60억을 넘자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국장 사다크는 이를 가리켜 ‘인간의 승리’라고 말했다. “세계 인구 60억 돌파는 성공을 의미하며,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선언이었다. ‘그림 2’가 이를 입증한다.
아직도 인구증가와 식량부족에 관한 맬서스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식량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해졌다. 이른바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보릿고개 같은 얼마 전의 추억조차 잊혀진다. 그 귀하던 쌀이 넘쳐 사료로 전용하거나 휴경보조금을 주겠다는 정부계획이 줄을 잇는다.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것은 식량 자체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정치체제와 사회경제체제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에게서 남은 식량을 그들에게 전달할 경로가 없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물론 문제다. 그러나 롬보르그에 따르면 이 비율이 1975년에는 35%나 되었지만 1996년에는 18%로 줄었다. 다시 2010년에는 12%로 줄 것이라는 것이 UN의 예측이다. 문제는 축소되고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어린이 사진을 클로즈업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이러한 진보속도를 가속시키기 위한 창의적 노력이라고 롬보르그는 주장한다.
◇ [검증 ②]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있나 혹은 막아야 하나?
최근 환경위기론자들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지구온난화’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으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역시 이들이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만 하며, 그것도 지체 없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위기론자들은 지금 당장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여 세계의 많은 저지대가 수몰되고 기상이변이 극심해지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류의 미래가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바다에 떠있는 빙산이 녹아도 해수면은 상승하지 않는다. 얼음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낮다. 즉 일정량의 얼음은 같은 무게의 물보다 부피가 큰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차이가 얼음이 물위에 떠 있을 때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부피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빙산이 녹아 물이 되면 물위에 떠 있는 얼음 크기만큼 부피가 줄어든다. 수면이 상승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남극의 기온은 1999년까지 14년 동안 0.6℃가 내려가 얼음층이 오히려 두꺼워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구는 과연 ‘온실효과’ 때문에 더워지는 걸까. 소빙하기 이후 지구 기온이 반등하는 추세에 있다고 하니 지구온난화는 기본적으로 자연현상일 수도 있다. 자연상태에서도 온실효과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롬보르그는 만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다면 지금보다 33℃나 더 내려가 대부분의 생물이 지상에 생존할 수 없게 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온실가스는 기본적으로 생물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산업활동을 통해 유발된 ‘인공’ 온실가스다.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인공발생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4% 내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1990년에 향후 100년 동안 지구 기온이 3.2℃ 상승할 것이라 했다. 1992년에는 2.6℃, 1995년에는 2.0℃로 수정하고, 다른 영향을 고려하여 1.0℃ 정도로 낮췄지만, 2001년에는 다시 1.5~4.5℃로 올리고 그 뒤에 5.8℃로 올리기도 했다. 극단적으로는 2100년에는 해수면이 88cm나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향후 100년 동안 기술이 발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되리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100년이 지나기 전에 화석연료가 바닥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고려하지 않았다(아이러니컬하게도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경고 역시 환경위기론자들의 주장이다).
롬보르그는 2100년까지의 기온 상승이 2~2.5℃로서 큰 재앙은 없을 것이며, 교토의정서를 강행하더라도 기온 하강 효과는 0.15℃에 불과해 기온상승을 겨우 6년 지연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0.15℃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대략 40억달러인데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이 돈을 차라리 저개발국의 위생개선 등에 사용하는 편이 인류 복지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회의적 환경론’의 핵심이다.
◇ [검증 ③] 지구는 벌거숭이가 되나?
TV에서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신문은 인도네시아의 원시림이 산불에 타서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열대우림이 매년 2%씩 사라져서 2000년까지 전세계 열대우림의 3분이 1이 사라진다고 주장한 생물학자가 있는가 하면, WWF는 1997년 “전세계 숲의 3분의 2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전기톱의 대학살을 막자”는 슬로건을 내건 환경운동가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천막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UN의 조사에 따르면 1980~95년에 전세계에서 벌목된 숲의 양은 지구 전체 숲의 1.35%에 불과하다. 열대우림의 경우 1980년대에는 매년 0.8%, 1990년대에는 매년 0.7%가 벌목됐고, 2001년에는 0.46%가 벌목됐다. 벌목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한편 FAO(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의 숲 면적은 1950년 이래 큰 변화가 없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에 오히려 0.85%가 늘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민둥산이 그동안 산림녹화 사업으로 다시 초록 옷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위성사진 자료와 기온 변화를 분석한 미국의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위 40도 이북이 푸르러졌다고 말한다. 유라시아 지역은 20년 전에 비해 봄이 일주일 일찍 찾아오고 가을은 10일 정도 길어져서 초목의 생장기간이 18일 늘었고, 북미에서도 12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름보다는 주로 겨울이, 낮보다는 밤이 따뜻해졌다는 조사결과다.
환경위기론자들은 숲과 열대우림이 토양의 침식작용과 대홍수를 막아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으며, 무수한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니 무조건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숲과 열대우림의 기능은 롬보르그 뿐 아니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숲이 증가하면 과연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신 산소를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무 자체는 광합성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지만 대신 썩을 때는 다시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내놓기 때문에 숲 전체로 따지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숲 때문에 공기 중에 생태학적 균형이 유지된다는 통념 역시 신화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 [검증 ④] 생물멸종은 끔찍한 재앙인가?
열대우림이 파괴되어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주장은 어떨까. 환경경고론자들은 열대우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이유로 종의 다양성 유지를 들고 있다. 숲의 반이 사라지면 생물종은 3분의 1이 사라지고, 이미 1970년대 말까지 매년 약 4만종의 생물이 소멸되었다는 것이 노먼 마이어스 등 환경경고론 입장에 서 있는 생물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골주민들을 모두 도시로 이주시키고, 그곳에 동식물의 서식처를 마련하자는 이른바 ‘와일드랜드 프로젝트(Wildlands Project)’가 제안되기도 했다.
우리는 아직 지구에 얼마나 많은 종의 생물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몇 년 사이에 몇 종이 사라졌다는 식으로 멸종 속도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수준에서 가능한 작업이 아니다. 마이어스 등도 실제 숫자는 계산할 수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야생생태학자 로웬 마틴에 따르면 지구에 현존하는 종은 300만 내지 3000만종으로 추산되지만 기록된 것은 140만~180만종이다. 1000만종이라 할 경우 매년 1000종이 멸종되더라도 1%가 사라지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사람들은 일단 지구상에 한번 출현한 생물종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멸종은 전 지구의 역사를 거치면서 꾸준히 이어온 자연현상이다. 오히려 삼엽충이나 공룡을 비롯하여 지상에 나타났던 거의 대부분의 종은 이미 멸종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자연생태계는 지금까지 계속 변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심지어 70억년 뒤면 태양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환경위기론자들의 주장대로 산업화가 멸종의 주원인일까. 최근에 확인된 멸종의 75%는 열대우림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섬 지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확인된 멸종 수치에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단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생물들의 종까지도(곤충,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천연기념물인 크낙새는 멸종됐다고 보고된 지 10년 만에 광릉 수목원에 다시 출현했다(1998년 6월10일 SBS 8시 뉴스). 그런가 하면 10월1일에는 농촌진흥청 잠사곤충부가 최근 충북 속리산에서 채집한 한국 토착종 반딧불이의 대량 인공번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결국 환경위기론자들은 확인할 수도 없는 추정치를 근거로 사람들에게 ‘종말’을 경고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롬보르그의 견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검증할 수도 없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요구되는 갖가지 ‘멸종방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경솔하다는 그의 주장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
사이먼은 사후에 출간된 ‘세상은 언제나 좋아진다(It’s Getting Better All the Time)’에서 지난 100년 동안의 발전 추세를 요약했다. 사이먼이나 롬보르그는 과장·편견이나 꾸며낸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고 사실을 직시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그동안의 세상은 점점 좋아졌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인구 폭발로 인한 식량문제는 없을 것이고, 천연 자원은 고갈되는 대신 풍부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개선되고 있으며, 삼림이 사라지거나 대량 멸종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다.
사이먼은 그의 저서 ‘근본자원 2’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이 많아지고 소득이 증가하면 단기적으로는 자원이 모자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발명가나 기업가에게는 기회이므로 재빨리 해결책을 찾아 나설 것이다.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그 대가는 스스로 부담한다. 자유로운 사회는 해결책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것이 나와 문제가 발생하기 전보다 세상은 더욱 좋아진다.”
물론 이들이 “손을 놓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상이 저절로 굴러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과장 섞인 호들갑 때문에 정말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도출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효과도 의심스러운 프로그램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대신, 이를 저개발국의 긴급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열대우림 보존을 위해 쏟아 부을 엄청난 비용을 저개발 국가의 상수도 건설과 의료체계 구축, 식량보급을 위해 사용한다면 훨씬 더 값진 효과를 얻을 것이다. 몇몇 사람의 ‘완벽한 안심’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것인가. 비예른 롬보르그가 주장하는 ‘회의적 환경론’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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