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재벌개혁 의지
지난 촛불 혁명의 구호는 '적폐 청산'이었고, 지목된 적폐 대상은 '검찰'과 '재벌'이었다. 시민들에게 재벌은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자 불법과 특권의 대명사로, 검찰은 이런 재벌과 권력자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기관일 뿐이다. 이런 까닭에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는 '인사'에서 드러난다. 재벌 개혁의 대표 선수인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근에 낸 두 권의 책 <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헤이북스 펴냄)과 <왜 분노하지 않는가>(헤이북스 펴냄)에서 소득불평등 심화의 주된 원인을 재벌 대기업에서 찾았다. 소득불평등의 근인(根因)인 임금 격차는 고용 격차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되는데, 바로 이 고용 격차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만든 주범이 재벌 대기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재벌이 '시장 규칙'을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재벌 개혁의 요지다.
김상조 후보자는 자신의 책 <종횡무진 한국경제>(오마이북 펴냄)에서 한국 경제를 "신자유주의의 과잉 및 구(舊)자유주의의 결핍"으로 진단했다. 여기서 '신자유주의 과잉'이란,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의 50% 정도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과 열악한 수준의 복지를 의미한다. '구(舊)자유주의의 결핍'은 재벌 대기업의 구조화된 불법과 시장독재를 뜻한다. 즉, 우리는 법치주의와 시장질서로 요약되는 구(舊)자유주의의 과제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두 사람 모두 시장질서 확립의 관점에서 재벌 개혁을 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은 재벌 대기업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재벌과 부동산이 무관한 것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소유 불평등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소득에서 재산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의 요인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부동산이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이 아니므로, 재벌과도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상조 후보자는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인용하면서 애초 시장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닌 허구 상품인 토지, 노동, 화폐를 시장이라는 '악마의 맷돌'에 넣은 것이 문제라고 했지만(위의 책, 53쪽), '토지'가 시장을 어떻게 악마화했는지는 검토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두 사람 다 재벌과 부동산을 별개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인식의 오류다. 재벌 개혁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경제력 집중 완화라고 한다면, 재벌의 주된 물적 토대 중 하나인 부동산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벌 대기업의 막강한 힘은 부동산에서 나온다. 부동산, 정확히 말해서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재화다. 재벌 대기업이 차지한 토지를 다른 기업은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토지의 가격이 급등하면 재벌 대기업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지만,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의 처지는 더 열악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이들이 누려야 할 이익이 재벌 대기업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르크스도 토지의 독점이 자본 독점의 원천이라고 했던 것이다.
점증하는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소유비중과 불로소득의 규모
과연 그런지 통계를 살펴보자.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2008년 현재 상위 1%에 해당하는 기업은 기업 전체가 보유한 부동산의 68.9%를, 상위 10대 기업은 22.9%를 소유하고 있다(가액기준). 그런데 6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상위 1% 기업과 상위 10대 기업은 각각 76.2%와 34.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6년 동안 소유비중이 각각 7.3%포인트, 11.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30대 그룹의 매출액 집중도는 32.6%에서 38.9%로 4년 만에 무려 6.3%포인트 증가했다(2014년 2월 11일 자 위평략 박사의 '재벌 및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과 동태적 변화분석(1987~2012)'. 경제개혁리포트 2014-02호. 7쪽). 시기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부동산 소유집중도와 경제력 집중도의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과다 소유가 노리는 것은 불로소득이다.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한 이윤 추구는 마땅히 장려할 일이나, 목적이 불로소득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 행위가 아니라, 이미 생산된 것을 합법적으로 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원칙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불로소득 독식은 김상조 후보자가 확립하려고 하는 시장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재벌 대기업이 누린 부동산 불로소득은 얼마나 될까? 2008~2015년 동안 기업이 향유한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는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2008년에 65.6조 원이던 불로소득 규모는 2015년에는 113.4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소유집중도로 봤을 때 거의 대부분을 재벌 대기업이 포함된 상위 1% 기업이 가져간 반면, 부동산을 별로 소유하지 못한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부동산 개혁
그렇다. 재벌 대기업의 힘은 부동산에서 나온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개혁'을 단행하면, 재벌 대기업의 힘은 그만큼 약화된다. 부동산 개혁은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부동산을 조금 보유하거나 임대해서 쓰는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다. 그뿐 아니라, 전체 기업으로 하여금 부동산 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활동이 아닌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늘리는 생산적 투자를 유도한다. 재벌 대기업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려 할 것이고, 소유한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가지 해법 중에 홍익대 전성인 교수가 제안한 방법(지난 3월 8일 국민정책연구원 토론회 '생산적 복지, 생산적 조세'의 발표문)인 법인세와 기업소유 부동산 보유세를 대체(tax shift)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시장을 중시하는 이념형(ideal) 보수도 지지할 만한 대책이다. 왜냐하면 이념형 보수는 법인세는 싫어하지만, 토지 보유세는 생산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런데 성공하려면 재벌 대기업의 힘의 원천인 부동산에 손을 대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개혁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후보자가 중시하는 시장 규칙과 구(舊)자유주의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 촛불 혁명의 구호는 '적폐 청산'이었고, 지목된 적폐 대상은 '검찰'과 '재벌'이었다. 시민들에게 재벌은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자 불법과 특권의 대명사로, 검찰은 이런 재벌과 권력자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기관일 뿐이다. 이런 까닭에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는 '인사'에서 드러난다. 재벌 개혁의 대표 선수인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근에 낸 두 권의 책 <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헤이북스 펴냄)과 <왜 분노하지 않는가>(헤이북스 펴냄)에서 소득불평등 심화의 주된 원인을 재벌 대기업에서 찾았다. 소득불평등의 근인(根因)인 임금 격차는 고용 격차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되는데, 바로 이 고용 격차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만든 주범이 재벌 대기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재벌이 '시장 규칙'을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재벌 개혁의 요지다.
김상조 후보자는 자신의 책 <종횡무진 한국경제>(오마이북 펴냄)에서 한국 경제를 "신자유주의의 과잉 및 구(舊)자유주의의 결핍"으로 진단했다. 여기서 '신자유주의 과잉'이란,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의 50% 정도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과 열악한 수준의 복지를 의미한다. '구(舊)자유주의의 결핍'은 재벌 대기업의 구조화된 불법과 시장독재를 뜻한다. 즉, 우리는 법치주의와 시장질서로 요약되는 구(舊)자유주의의 과제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두 사람 모두 시장질서 확립의 관점에서 재벌 개혁을 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부동산은 재벌 대기업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재벌과 부동산이 무관한 것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소유 불평등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소득에서 재산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의 요인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부동산이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이 아니므로, 재벌과도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상조 후보자는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인용하면서 애초 시장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닌 허구 상품인 토지, 노동, 화폐를 시장이라는 '악마의 맷돌'에 넣은 것이 문제라고 했지만(위의 책, 53쪽), '토지'가 시장을 어떻게 악마화했는지는 검토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두 사람 다 재벌과 부동산을 별개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인식의 오류다. 재벌 개혁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경제력 집중 완화라고 한다면, 재벌의 주된 물적 토대 중 하나인 부동산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벌 대기업의 막강한 힘은 부동산에서 나온다. 부동산, 정확히 말해서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재화다. 재벌 대기업이 차지한 토지를 다른 기업은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토지의 가격이 급등하면 재벌 대기업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지만,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의 처지는 더 열악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이들이 누려야 할 이익이 재벌 대기업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르크스도 토지의 독점이 자본 독점의 원천이라고 했던 것이다.
점증하는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소유비중과 불로소득의 규모
과연 그런지 통계를 살펴보자.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2008년 현재 상위 1%에 해당하는 기업은 기업 전체가 보유한 부동산의 68.9%를, 상위 10대 기업은 22.9%를 소유하고 있다(가액기준). 그런데 6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상위 1% 기업과 상위 10대 기업은 각각 76.2%와 34.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6년 동안 소유비중이 각각 7.3%포인트, 11.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30대 그룹의 매출액 집중도는 32.6%에서 38.9%로 4년 만에 무려 6.3%포인트 증가했다(2014년 2월 11일 자 위평략 박사의 '재벌 및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과 동태적 변화분석(1987~2012)'. 경제개혁리포트 2014-02호. 7쪽). 시기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부동산 소유집중도와 경제력 집중도의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과다 소유가 노리는 것은 불로소득이다.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한 이윤 추구는 마땅히 장려할 일이나, 목적이 불로소득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 행위가 아니라, 이미 생산된 것을 합법적으로 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원칙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불로소득 독식은 김상조 후보자가 확립하려고 하는 시장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재벌 대기업이 누린 부동산 불로소득은 얼마나 될까? 2008~2015년 동안 기업이 향유한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는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2008년에 65.6조 원이던 불로소득 규모는 2015년에는 113.4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소유집중도로 봤을 때 거의 대부분을 재벌 대기업이 포함된 상위 1% 기업이 가져간 반면, 부동산을 별로 소유하지 못한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부동산 개혁
그렇다. 재벌 대기업의 힘은 부동산에서 나온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개혁'을 단행하면, 재벌 대기업의 힘은 그만큼 약화된다. 부동산 개혁은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부동산을 조금 보유하거나 임대해서 쓰는 중소기업·벤처기업·신규 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다. 그뿐 아니라, 전체 기업으로 하여금 부동산 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활동이 아닌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늘리는 생산적 투자를 유도한다. 재벌 대기업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려 할 것이고, 소유한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가지 해법 중에 홍익대 전성인 교수가 제안한 방법(지난 3월 8일 국민정책연구원 토론회 '생산적 복지, 생산적 조세'의 발표문)인 법인세와 기업소유 부동산 보유세를 대체(tax shift)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시장을 중시하는 이념형(ideal) 보수도 지지할 만한 대책이다. 왜냐하면 이념형 보수는 법인세는 싫어하지만, 토지 보유세는 생산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런데 성공하려면 재벌 대기업의 힘의 원천인 부동산에 손을 대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개혁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후보자가 중시하는 시장 규칙과 구(舊)자유주의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