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크롱의 정치적 성향은 좌도 우도 아닌데, 공약은 흡사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으론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비슷하다. 좌우 양쪽 진영에게서 모두 비판을 받는 모습이라고 보면 되겠다.
다만 마크롱은 기존 정당이나 의원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서기에 성공함으로써 안철수 후보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나 박지원 대표 등 국민의당이 마크롱의 당선을 두고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지인은 프랑스에서 ‘중도’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나 정당을 두고 한국에선 진성 좌파 정도로 보는데, 이번 대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매우 특이한(?) 대통령이 나왔다고 반응한다. 프랑스에서도 이번 대선결과가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라고도 한다.
주목할 점은 프랑스 현지에선 공당 중 진보당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정의당 성향은 극우를 표방하는 당이 아니라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 사회에서 ‘진보’ 색체를 띤 정당은 적어도 프랑스에선 일반적을 볼 수 있는 정당 스탠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프랑스에선 마크롱 당선의 특별함보다는 EU 탈퇴여부와 조세정책 방향에 주목한다. 벌서부터 다음 총선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에선 각 대선 후보와 지지자들은 마크롱 당선을 마치 특정 정치인과 오버랩시키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굳이 마크롱의 특징을 나열하자면, 프랑스 대통령 역사상 39세의 최연소라는 점과 연상의 부인이 ‘비선실세’로 선거판을 좌지우지했다는 점, 그리고 금융계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보면 현재 한국의 대선후보 중 공통분모를 찾긴 쉽지 않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마크롱의 당선을 두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냉소, 그리고 비판으로 점철된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크롱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의 힘을 얻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대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될 이번 대선은 당장 내일의 결과로 끝났다고 볼 수 없다. 마크롱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그저 차악을 선택하려는 본능의 발로라는 점에서 당장 대선결과보다는 다음 총선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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