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은 호남의 김기춘이다. 타고난 정치공작꾼이다. 12월 1일 JTBC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어느 인터뷰에서든지 "기승전 문재인"이다. 무조건 문재인 탓이다. 어제는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에 동의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와 친문이 개헌에 반대해 정치권이 꼬이게 만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때도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의 퇴진이 우선이며, 특검 수사 등 밝혀야 할 사항이 많고,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하다. 헌법은 한 번 바뀌면 수십년 지속되는데, 개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이 혼란한 시국에 개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국익보다는 각 정치세력의 집권플랜에 따른 이해관계가 더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정부 출범 초기에 개헌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박지원은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에 반대한다"며 허위선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개헌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불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각제개헌을 주장했다. 그리고 말미에 "양 극단을 배제"하겠다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안철수는 "기득권을 타파하자"라며 화답했다. 그리고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 도중 손석희 앵커의 질문을 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총선불출마 선언을 하셨고, 이번에 내각제를 주장하시면서 대선불출마를 선언하셨는데, 그렇다면 총선불출마는 번복되는 것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김무성의 동공은 지진이 난 듯 흔들렸고, "그렇게 해석해도 되겠냐"는 손석희 앵커의 반복질문에 "그렇다"라고 했다. 내각제로 개헌한 뒤 다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 내 다선 의원 순위권에 드는 자신은 내각제 정부의 국가원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김무성의 이 의도를 비판했다.(하태경 "김무성, 총선불출마 번복…내각 대통령 노림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1128_0014544995&cID=10301&pID=10300)

 이처럼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 의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비박계와 손을 잡으려 하고, 안철수 역시 김무성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면, "1번당과 2번당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3번당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새정치 하겠습니다."라고 총선에서 외치던 그 새정치 한다는 당은 그저 집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구태정치를 하는 것이다. 오늘 MBN 인터뷰에서 김용태 의원이 폭로했듯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대는 정치권에서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김용태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각제를 하게 된다면, 새누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 의원들이 내각제 하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합으로 다시 국가 요직에 진출한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는 물러나겠지만, 새누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이 다시 정부 요직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정말 국익을 위해 내각제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대선불출마'가 아닌 '총선불출마'를 선언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각제 하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없다.

 솔직히 인간 안철수에 대한 믿음이 아직 조금은 있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새정치를 꿈꾼다면서 호남의 구태정치인들과 어울리고, 김무성의 속보이는 계책에 동조하고 있는지. 하지만 안철수가 이러한 행보를 계속 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인간적인 믿음 역시 폐기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박지원의 공작정치 뒤에 숨어서 집권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새정치인지? 그가 말하는 양극단에 정말 친문세력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오히려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영남패권 친박과, 호남패권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그 양 극단이 아닌지? 도덕적으로도 정치신념으로도 호남 구태 정치인들보다는 문재인계 의원들이 선진정치라고 생각한다. 노무현때부터 시작된 '지역주의 타파'에 가장 힘쓰고 있는 세력 역시 문재인계 의원들이라는 점이 그 근거 중의 하나이다. 박지원의 공작정치 뒤에 숨어서 집권을 노리는 것이 그가 말하는 새정치인지, 아니면 새정치라는 안철수의 모토를 증명할만한 새로운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조금은 더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