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의 '건전한 사회' 중에서
---G.D.H. Cole
옛부터 내려오는 자유의 강조는 근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자유를 정치적인
자치라는 측면에서만 다루다 보니, 차츰 그 뜻이 희미해지고 말았다. 자유의 개념은
한층 더 넓어져야 한다. 거기에는 자유국가의 시민으로서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파트너로서의 인간의 관념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된다. ...
인간에게 버티고 굶겠느냐, 아니면 구부리고 노예가 되어 살겠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를 곧장 내구르곤 한다. 새로운 사회주의의 목적인 참된 자유는 사람을 사람
답게 취급하고, 그저 풀어야 할 골치아픈 문제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행동의 자유와
경제적 중압으로부터의 면역을 보증하려 하는 것이다.
정치적 자유는 그 자체가 언제나 환상적인 것이다. 한 주일에 6일간이나 경제적으로
예속된 인간이 5년에 한번 투표용지에 찬성 도장을 찍는다는 것 하나로 자유롭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도처에 있는 사슬들--- 개인에 대한 노예냐, 국가에 대한 노예냐를 가릴 것 없이
노예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기 전에는 이 사슬이 끊길 리가 없다.
문명의 질환은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것보다는 자유와 자기 확신의 정신이 쇠퇴
하는 데 있다.
세계를 변혁시킬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개혁을 염원하는 자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의 불타는 의지에서일 것이다.
그들의 자유는 위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하여 스스로 손에 넣는
그런 자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