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자기 지지기반인 호남을 개무시하고서 주적론에 동참하고 혓볕정책을 계승하지 않는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안철수가 급기야 국보위 출신 김종인을 영입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국보위 출신임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도 아닌 국민의당 당사자들 입으로 김종인을 국보위 출신이라 규정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국보위 출신, 특히 DJ를 내란죄로 사형선고내린 시기에 국보위에 가담했던 사람이라며 이런 자를 영입한 것은 호남 정신을 무시한 것이고 광주를 모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게다가 김종인을 영입했으니 민주당은 국보위당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국민의당에서 나온 워딩입니다.
지난 총선 당시 김종인이 "비례만 다섯 번"이라는 말에 발끈해서 격노했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게 누구 입에서 나온 말인고 하니 천정배입니다. 국민의당에서는 그런 식으로 김종인이 전두환의 수하로 DJ를 탄압한 국보위 출신이며, 그런 김종인을 영입했으니 민주당은 호남을 무시한 국보위당이고, 그런 김종인은 비례만 다섯 번 할 정도로 편하게 금뱃지 찾아다니는 자라고 했는데, 그런 김종인을 안철수가 영입해서 중책을 맡긴다고 하네요.
이제 국민의당이 국보위당이고 호남 무시당이라고 해도 국민의당은 반박할 말 없을 겁니다. 그렇게 또 호남을 무시하고 보수표를 구걸하고 있으니 과연 뜻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맨날 친노패권 친문패권 부르짖지만 결국 지들이 패권정치가 뭔지를 보여줬고, 맨날 호남홀대론을 떠들더니 지금 지들이 호남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꼴아박은 지지율에 이성을 상실해서 자기들은 이 참사를 모르고 있을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10원어치 동정을 바칩니다.
그리고 김종인도 웃긴 양반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총선 당시 김종인이 국민의당을 규정하기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어느 한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려" 야당을 분열시킨 집단이라 했습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은 박지원 주승용으로 대표되는 호남 의원들이고, 한 특정인은 안철수입니다. 지금 김종인은 그 특정인의 욕망을 채워주려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과 손을 잡습니다.
물론 이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은 발끈해서 "욕망으로 따진다면야 비례대표 국회의원만 5번을 하게 될 김 대표를 따라잡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욕망의 김종인을 품에 안았다는 건 그의 욕망을 채워준다는 뜻으로 보면 될까요? 쌍으로 웃겨 죽겠습니다.
참고로, 대선 출마한다고 깝치다가 포기한 뒤 특정 후보를 지지할 거냐고 묻자 김종인이 답하기를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 "추호" 김종인 선생께서 강하게 부정하는 것은 늘 긍정이 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김종인이 안철수에게 갈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도를 넘게 씹어댔던 게 불과 1년 전인지라 지들도 쪽팔린 줄은 알 테니 직접 지지하거나 중책을 맡지는 않을 거라고 봤는데, 역시 추호 선생은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안 되는 양반입니다.
민주당에게는 간곡히 부탁합니다. 치사하게 호남 가서 "국민의당은 국보위당" "안철수의 호남 홀대"라는 식으로 지역감정 부추기지는 맙시다. 그건 모리배들이나 하는 짓이니 그들처럼 저질로 놀지 맙시다. 안철수의 관뚜껑까지 닫아줄 하늘이 주신 기회이지만 치졸하게 하지는 맙시다. 아마 민주당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 "국민의당은 국보위당"이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겠지만 대나무숲에 가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