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한글 공익광고는 볼때마다 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문자체계 '한글'과 언어 '한국어'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한 채 만든 엉터리 광고다. 세종대왕상 앞에서 "한글한글한글" 노래를 부르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르게 쓰자는 내용이다. 이건 세종대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특히 광고 중 예시로 등장하는 "미싱"의 경우는 오히려 세종대왕께서 박수칠 일이다. 개, 소, 말이 짖는 소리도 표기가 가능하던 한글로 일본어 단어까지 표기했으니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해주는 예가 되기 때문이다.
래퍼 산이는 존중받으려면 한글을 바르게 쓰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물건이 사람보다 높아지는 표현 "커피 나오셨습니다" 따위가 말이 되냐고 지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언어의 변화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 허접한 표현이 나오게 된 맥락을 살펴보자는 거다.
"커피나오셨습니다"는 손님만 왕이시고 사장님은 갑이신 나라에서 생존을 위해 알바생들이 고안한 언어다. 어법에 맞더라도 '싸가지 없다'는 괜한 오해를 받아 피곤한 상황에 빠지느니 차라리 맘 편하게 모든 서술어에 선어말어미 "시"를 붙여버리는 것이다. 나도 선배 선생님들께 이 어법을 구사해봤는데 두뇌에 부하가 덜 걸렸고 마음도 훨씬 편했다.
국가권력은 래퍼산이의 입을 빌어 젊은이들이 어법을 파괴하면 존중받을 수 없다고 훈계한다. 하지만 사실은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법 파괴가 일어난 것이다. 왜 하필 국가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랩'을 도구로 삼을까? 그리고 왜 젊은이들의 줄임말, 비속어, 과잉 높임말 등을 문제삼을까? 어쩌면 국가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권유지부터 젊은이들에 대한 교화 계몽까지 모든 것이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 노력을 기울여본다고는 했는데 그 접근법이 "그건 틀린 거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라는 식이다. 이것은 '올바른'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놓고 "이게 옳으니까 이걸 배워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어김없이 '국뽕'이 한 몫을 한다. 비록 주제인 '한국어'와 거리가 있더라도 한민족의 자랑거리 세종대왕과 한글을 억지로 내세우면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국가가 젊은이들의 언어와,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장악하기 위해 쏟아붓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할애하여 젊은이들의 고충을 듣고 느껴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 지경이 된 나라를 구하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