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천안함·세월호·최순실 게이트… 유언비어로 무너지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무슨 사건만 생기면 파리가 꼬이듯 유언비어가 나돌고, 허위와 거짓 루머가 쏟아져 나온다. 요즘에는 <가짜뉴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누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기는 진짜라고 하면서 남은 가짜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소도 웃었다고 한다.
근래에 들어 제기됐던 대표적인 유언비어들만 살펴보아도, 대한민국에 이러한 유언비어가 얼마나 쉽게 유포되고 또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 알 수 있다.
유언비어는 ‘의혹’이라는 말로 처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 수상하게 여기는 것이다. 기정사실이 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기에 의혹이 되는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땅을 디디고 있는 발이 없다. 근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더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객관적, 정황적, 사실적, 과학적, 의학적,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그것을 다 채워 넣어야 <의혹>이 아닌 객관적, 실체적 <사실>이 된다.
사실 기정사실로 드러나기 전에는 가급적 침묵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많은 이들이 아직도 설익은 상태에서 의혹을 너무나 쉽게 터트린다. 심지어 자신의 특정 목적과 야욕을 위해 악의적으로, 의도적으로 의혹을 퍼트리는 경우도 있다. 다분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기 위해서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혹의 내용도 그렇지만, 그 의혹을 누가 퍼트리는지가, 그 의혹 유포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훨씬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유언비어의 더 큰 문제는 이 의혹이 부풀려지고 부풀려지면서 의혹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화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판단이 보류되어야 할 문제인데도, 이미 결론이 나 버렸고, 이후에 사실이 드러나도 그 사실은 알려지지 않는다. 사실에는 관심도 없다. 사실이 아니라 의혹 제기를 통해, 유언비어 유포를 통해 얻고자 했던 애시당초 ‘이익’이 그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광우병>에서부터 시작하자. “뇌송송 구멍탁”(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뜻), “한국인은 유전자 문제로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 “미국에서는 호주산 소고기만 먹는다”, “육포·화장품·생리대 이용해도 광우병 걸릴 수 있다”,” 프리온은 고열에도 파괴되지 않는 불사의 병원균이다” 등의 유언비어가 돌았다. 물론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FTA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에서부터 시작된 광우병 루머는 나라를 뿌리부터 뒤흔들었고,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특히 오늘날 광화문 시위의 시발점이 된 시위가 끝없이 이어지며 정권타도와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한 시위로 변질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고, 그 영향인지 이후부터 파급력과 익명성을 갖춘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유언비어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어떤 이는 여전히 광우병 잠복기간(4~30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 무조건 유언비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정상적인 사고와 대화의 수준은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도 온갖 유언비어가 돌면서 심각하게 국론 분열을 일으켰다. 경찰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 유포된 유언비어가 무려 87개나 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어뢰공격설, 기뢰사고설, 좌초설(스스로 좌초), 선내폭발설, 피로파괴설, 좌초 후 피로 파괴설, 잠수함 충돌설, 한국의 자작극설 등이었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 혼란이 더 가중됐다. 완벽한 거짓이라기보다, 근거가 있다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뒤섞이면서 정확하게 분별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만큼 혼란도 더 컸다.
대통령 탄핵사유에 포함될 정도로 대한민국을 엄청난 충격과 혼란, 분열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온갖 유언비어가 쏟아져 나왔다. 잠수함 충돌설, 다른 선박이나 암초 등과의 충돌설, 좌초설, 폭침설, 국정원 개입설 등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세월호가 멀쩡한 외관을 가진 채로 인양되면서, 음모론의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나게 됐다. 외관상으로는 잠수함, 선박, 암초 충돌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며, 폭침설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나타났다.
세월호 문제로, 또 갖가지 유언비어로 3년 이상 나라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큰 혼란을 겪었고 깊은 내상이 남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사실도 있었지만 온갖 유언비어와 허위, 거짓말들이 판을 쳤다. 이번에는 특히 언론의 허위, 과장, 왜곡, 조작보도까지 넘쳐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카더라, 아님 말고식 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졌고, 홍수가 나면 물은 많지만 정작 마실 물이 없다고 한 딱 그런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이런 유언비어가 말 그대로 유언비어로 치부되거나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뿌리까지 뒤흔들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며 대통령을 파면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유언비어를 언론들과 포탈들이 가세해서 확대 재생산해내기까지 하고 사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유언비어들에 대한 처벌도, 책임 묻기도, 반성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유언비어들이 계속해서 나돌게 된다.
경향신문은 지난 2014년 4월 22일 “유언비어는 참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1550년(명종 5년), 영경연사 상진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참형에 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명종실록>)”면서 “고금을 통해 ‘흘러가는 헛소문’을 일컫는 ‘유언(流言)’과 ‘바퀴벌레 같은 말’을 뜻하는 ‘비어(蜚語)’를 퍼뜨리는 자는 ‘참형에 처해야할 중죄’로 여겼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진(尙震·1493~1564년)의 말처럼 ‘유언비어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금은 유언비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허위사실유포죄의 위헌성에 대한 비교법적인 분석>이라는 글에서 “허위사실유포죄의 3가지 요건은 1) 허위 2) 유포 3) 공익훼손”이라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수 선진국들에는 허위의 명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법들이 많지만, 허위의 명제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허위의 명제가 특정할 수 있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허위유포자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만 부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피해나 허위사실 유포자의 부당이득이 없이 순수한 허위사실이 처벌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데, 놀랍게도 이런 사례가 미국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고하는 국가에서도 나타난다고 박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폭탄소문법(Bomb Hoax Act)라 하는 것으로, 비행기나 자동차에 폭탄이 장착되어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그 자체로 악의가 증명된다면 형사처벌이 되고, 악의가 증명되지 않아도 $1,000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행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폭발하여도 자신은 보험이 있어서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칠 수 있으니 비행기의 뒤쪽에 앉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폭탄소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다니는 유언비어들은 사회 혼란을 심각할 정도로 가중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부채질을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도, 어느 언론도 쉽게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처럼 될 수 있다. 앞으로 모바일 기기와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인해 유언비어는 더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신이 쓰는 글이나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그리고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성실함과 노력이 없다면, 그 안에 진정으로 타인과 사회와 나라를 위한 진실과 사랑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쏟아지는 유언비어에 파묻혀 진실과 실체는 사라지고 의혹만으로 서로를 죽이고 살리면서 쇠락으로 치닫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출처: 프런티어스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