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레디 계획… 李대통령 제거 검토
1953년 6월20일, 브릭스 대사는 UN군 총사령관 클라크 장군에게 보낸 電文에서 李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이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李대통령이 끝까지 버틸 경우 그를 제거하는 「에버레디(Ever Ready)」 계획이 UN군 사령부에서 작성되고, 워싱턴에서 검토되었다는 사실을 국방부 電文을 통해 알았다고 하면서, 한국에 UN군 사령부 주도의 군사정부를 수립한다는 생각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는 美 합참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단독북진도 불사하겠다는 李承晩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서 5월4일 이 계획을 작성했다. 그 중에는 한국 정부와 한국군, 그리고 한국민이 UN군에게 공공연한 적대행위를 할 경우, UN의 이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정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5월29일에는 美 국무부와 합참본부가 회의를 열어 UN군 사령관이 군정을 선포하고 李承晩 대통령을 감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토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브릭스 대사는 클라크 장군에게 이렇게 권고했다.
『본인은 李대통령의 동기가 진지한 것이고, 애국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만, 만약 그가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의 반대를 제거할 수 있는 과감한 조처를 취할 준비를 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협조적인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한국 정치인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지 못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白斗鎭 총리가 李대통령을 설득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6월22일, UN군 총사령관 클라크 장군은 경무대를 방문해서 1시간 10분 동안 李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뒤 합참본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電文을 보냈다.
<李대통령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으며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는 李대통령에게 미국 정부는 명예로운 휴전을 추구하려는 결의를 하고 있고, 무력으로 중공군을 한반도에서 축출하거나, 그런 조항을 휴전협정에 삽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이 문제는 정치회담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을 수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는 포로문제로 韓美 양국군 간에 충돌이 생길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고, 李대통령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제기했던 정치회담의 시한, 상호방위협정, 한국군 증강, 인도군 입국 등 4개 항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韓美상호방위협정에 대해서 강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장황한 문서보다는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와서 도와준다는 일반적인 내용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이 침략을 할 경우에도 도와준다는 식의 조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李대통령은 그럴 경우 미국이 도와주기보다는 자기를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군 증강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증강계획에는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과 공군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李대통령은 또 휴전조약은 한반도의 분단을 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것을 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중요한 발언을 했습니다.
나는 또 한국군이 현재로서는 독자적으로 공격 또는 방어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휴전기간을 통해서 증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또 그 기간 중 한국은 경제적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며, 그가 두려워하고 있는 공산주의자의 침투에 더 유리한 위치에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