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으로 보상함!
18년 전 읽은 고서(古書)에 수없이 나왔던 말입니다.
‘사형(死刑)’이라는 말이 본래 이런 뜻이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해 준 말이었지요.
돈을 빌리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마음의 빚 또한 그와 같이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문득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형태의 빚이든 누군가에게 빚을 진다는 건 그렇게 목숨을 저당잡히는 것이란 걸 또한 알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며칠 전 스크린에서 익숙하게 오래 보아왔던 한 사람이 스스로 떠나갔습니다.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에게서 받아야 할 빚이 있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고, 정의로운 방송과 언론은 그들을 대신해 빚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잠시, 처음에 언급한 고서에 슬픈 사건이 있어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재령(載寧)백성 이경휘가 최소사(召史) 협박하자 어머니와 자식 일곱 사람이 도망쳐 못에 몸을 던졌다. 원인은 벼 도둑질이며 죽은 원인은 스스로 빠진 것이다.
두어 단의 이삭주이로 도둑으로 몰고 훔친 물건을 찾겠다며 집을 뒤지고 관아에 신고하여 포교를 데리고 와 체포하겠다 협박하는 등 그 몰아붙인 상황과 협박하여 뺏으려 한 모욕은 곧 죽으려 해도 죽을 곳이 없게 하였다. 이름이 더럽혀지고 내일 아침이면 감옥에 갇힐 일이 부끄럽고 겁이 나 삶을 잊고 딸을 끌고, 아들을 업고, 일곱 사람이 모두 물에 빠졌으니 그 당시 정경은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위 장계는 사건을 처음 조사한 관리가 임금에게 올린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곧이어 일곱 목숨에 대해 목숨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립니다. 그러자 당시 형조에 근무하던 정약용 선생께서 일곱 목숨이 끊어진 원인은 도둑으로 몰고 몰아붙인 사람에게 있지 않음을 냉정하게 반박하면서 만약 죄가 있다면 모욕죄밖에 물을 수 없다고 하면서 형조의 의견을 다시 올립니다.
조민기는 자신이 빚진 사람들에게 목숨으로 보상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백배 천배 보상입니다. 그렇게 백배 천배 보상을 받아내는 경우가 사채업자만 해당하지는 않는가 봅니다.
정의로운 언론을 따라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목숨으로 보상을 하도록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앞에 정약용 선생님이 지적하신 바와 같이 언론은 책임이 없습니다. 또한 빚을 받아내야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도 애초에 목숨으로 보상받으려 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이 말만은 해야겠습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이 아무리 더럽기로 목숨으로 보상받을 일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정당한 수준 이상으로 보상을 받아내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행법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의 최소사 사건에서 정약용 선생님의 지적이 불완전한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글을 왜 쓰는지를 말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 또한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기는 그의 작품과 함께 제 마음 속에 아련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테니까요.
배우 고 조민기님의 명복을 빕니다.